덕수고 학생들이 17일 서울 행당동 덕수고 본관에서 열린 ‘2019 덕수고 동문 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기업들의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덕수고 학생들이 17일 서울 행당동 덕수고 본관에서 열린 ‘2019 덕수고 동문 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기업들의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7일 오후 2시 서울 행당동에 있는 덕수고 본관 3층 체육관엔 26개 ‘덕수 동문’ 기업들의 채용부스가 세워졌다. 고졸신화의 대명사로 불린 옛 덕수상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직접 채용하기 위해 한곳에 모인 것이다. 덕수고 학생들은 이력서를 가슴에 품고 기업의 채용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박완석 덕수고총동창회 사무처장은 “전국을 통틀어 동문 기업들이 고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모교에서 직접 취업박람회를 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동문 기업 채용박람회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동문들이라도 돕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초·중등교육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의 취업률은 34.8%로 전년도(44.9%)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선규 덕수고 교감은 “올해 초 총동창회와의 정기적인 식사 자리에서 어려운 후배들의 취업 상황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이야기가 나와 행사가 기획됐다”고 말했다.

취업박람회엔 BMW한독모터스, 다이아텍코리아 등 26개 기업과 230여 명의 고3 학생들이 참여했다. 박계신 다이아텍코리아 회장은 “덕수 후배들도 채용되면 아무래도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일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두 명의 후배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용원 해피엔딩 부사장은 “취업이 어려운 학생뿐 아니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도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덕수고 선배들은 이날 박람회에 앞서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자세 등에 대해서도 사전교육을 해줬다. 덕수고 글로벌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강민 군(18)은 “학생들 사이에 취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만연해 있었다”며 “선배들이 채용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니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덕수고는 일반계열과 특성화계열을 같이 운영하는 종합고다. 옛 덕수상고의 정체성을 잇고 있는 특성화계열은 2023년 경기상고에 흡수통합될 예정이고, 일반계열은 2022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한다. 취업박람회 기획을 주도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후배들의 취업 걱정을 덜고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매년 취업박람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