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살인 14건과 강간·강간미수 30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가운데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통한 라포(친밀한관계) 형성으로 생애 전 과정을 면담하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에 대한 대면 조사는 휴일만 빼고 거의 매일 조사를 진행중이다”며 “현재는 진술만 듣는 단계로 증거물 추궁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까지 13차례에 걸쳐 대면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씨가 자백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등 사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14건이 다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어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1986년 5월의 30세 박모씨가 발견된 6차 사건 이후, 1990년11월 13세 김모양이 발견된 9차 사건 전까지 모두 3차례 조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1988년 9월의 8차 사건 때도 수사 대상이었다. 8차 사건 때 경찰은 수 백 명의 음모를 체취해 국과수 감정 의뢰했고 1차 감정결과 용의점이 있는 대상자의 체모를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을 실시해 윤 씨를 진범으로 구속했다. 반면 이 씨는 당시 방사성동위원소 감별 대상은 아니어서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8차 사건은 윤모씨(당시 22세)가 검거돼 20년을 복역하다 감형받고 2009년 출소했다. 윤 씨는 최근 경찰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8차 사건은 당시 사건 기록 및 증거물이 없어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한 이 씨의 진범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1~8차, 10차 사건까지의 수사 기록상에 혈액형 등 증거물이 많이 나와 있으나, 시료 등이 오염 될 수 있거나 감정이 잘못될 수도 있어 범인의 혈액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명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