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표지자 검사 제대로 알기

수치 높아지면 의심
지표 나쁘면 무조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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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건강검진을 받은 뒤 특정한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아졌다는 통보를 받는 사람이 많다. 암이 생기면 혈액 속 특정한 단백질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를 종양표지자(tumor marker)라고 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간단히 수치를 확인해볼 수 있지만 이런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아졌다고 모두 암에 걸린 것은 아니다. 다른 질환이 생기거나 건강상태가 바뀌어도 종양표지자 수치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으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검사를 통해 질병 유무를 확인해봐야 한다. 각종 암 지표로 활용되는 종양표지자에 대해 알아봤다.

간암 표지자 AFP, 임신일 때도 높아져

종양표지자 검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악성 종양이 있을 때 생기는 물질이 증가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암환자 치료 반응이나 경과를 보고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할 때도 이 검사를 한다.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종양표지자는 종양이나 종양에 대한 인체 반응 때문에 생긴다”며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구별하거나 악성 종양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이용된다”고 했다.

간암 종양표지자로 많이 활용되는 것은 알파태아단백(AFP: α-fetoprotein)이다. 태아기에 만들어져 출생 후 8~10개월이 지나면 수치가 뚝 떨어진다. 성인에게서 이 수치가 20ng/mL보다 높아지면 간암 간경변 간염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난소암, 고환암 등이 있을 때도 수치가 높아진다. 임신했을 때도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AFP 수치는 간암이 진행하면 높아지고 치료 후 낮아졌다가 재발이나 전이되면 다시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간암 경과를 관찰할 때 이용한다.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FP는 복부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암 선별에 활용될 수 있는데 국내는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아 외국보다 유용하다”며 “간암 고위험군인 B·C형간염 환자, 간경화 환자는 만 40세 이후 매년 두 번 AFP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립선 질환이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전립선특이항원(PSA)도 있다. PSA는 전립선 상피세포에서만 합성되는 효소기 때문에 전립선암을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 PSA가 3ng/mL를 넘으면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40대 이상 남성이라면 매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만약 수치가 높으면 항문을 통해 전립선암 유무를 확인하는 직장수지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흡연 시 일부 암 지표 높아지기도

주요 여성암인 난소암이 있으면 암항원125(CA125: cancer antigen 125) 수치가 높아진다. 35㎍/mL를 넘어서면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이 수치는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양성종양이 있을 때도 증가한다. 여성의 생리기간이나 몸에 염증 수치가 높을 때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암 선별 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초음파와 CA125가 선별검사로 권고되긴 하지만 검사 민감도가 낮아 난소암의 사망률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부인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폐경 후 여성은 선별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골반 밖으로 전이된 3기가 돼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건강검진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환자 중에 1기 환자가 많은데 이럴 땐 정기 CA125 검사가 유용할 수 있다. 꾸준히 이 지표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높아졌다면 다른 추가 검사를 통해 암 유무를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에게 높아지는 암 지표도 있다. 암태아성단백항원(CEA: carcinoembryonic antigen)인데 이 수치는 대장암, 폐암, 위암, 췌장암, 담도암 등 대부분의 암이 있을 때 높아진다. 이 때문에 특정한 암을 선별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CEA는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다른 곳의 암이 간으로 전이됐거나 황달이 생기는 진행암일 때 수치가 높아진다.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를 파악하거나 재발했는지 확인하는 데 효과가 좋다. 3ng/mL 이하일 때 정상 범위로 보지만 흡연자는 1~2ng/mL 정도 높아질 수 있다. 10ng/mL 이하라면 양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고 20ng/mL 이상이면 악성종양 가능성이 높다. 대장암 환자에게 이 수치가 크게 높아지면 전이를 의심해보는 지표로 활용한다.

췌장암 예후 확인하는 CA19-9

탄수화물항원19-9(CA19-9: carbohydrate antigen 19-9)는 췌장암 및 담도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대개 37U/mL 이하를 정상 범위로 본다. 이 수치는 소화기계 암이 있을 때 높아지는데 췌장염, 염증성 장 질환이 있을 때에도 올라갈 수 있다. 췌장암 및 담도암에 걸린 환자가 치료받은 뒤 CA19-9 수치가 다시 증가하면 재발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검사만으로는 질환을 명확히 특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위·대장내시경과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추가로 해봐야 한다.

이미경 교수는 “혈액을 통한 종양표지자검사가 암을 선별·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이기는 하지만 암이 아닌 다른 이유로 증가할 수도 있는 비특이적인 검사”라고 했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암에 걸렸다고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상 수치가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암이 생겼는지 추가 진단을 받고 다른 영상검사 및 조직 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다.

암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봐야 할 때도 있다. 이미경 교수는 “대부분의 잘 알려진 종양표지자는 암이 아닌 다른 병변이 있을 때도 상승할 수 있다”며 “종양표지자만으로는 암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혈액을 통한 종양표지자 검사가 완벽해지려면 특정한 종양이 있을 때에만 수치가 크게 올라가야 하고 종양이 작더라도 이를 가려낼 수 있도록 수치가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런 종양표지자는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미경 교수는 “PSA 검사를 통한 전립선암 선별 등의 경우에만 특정 암의 선별검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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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검사는 건강한 사람에게 암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보다 이미 암에 걸린 환자의 치료를 돕는 데 더 유용하게 활용된다. 암이 얼마나 퍼졌는지 병기를 파악하고 치료 효과가 좋을지 등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암 재발을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특정한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이들 수치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다 이상이 있으면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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