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고객은 기업…'이공계 특별관' 개설한 이유죠"
“대학의 주고객은 이 사회와 기업입니다. 사회가 원하는 방향을 고려해 커리큘럼도 다시 짜야 합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47)이 4일까지 열리는 ‘서울대 우수인재 채용박람회’에 이공계 특별관을 마련한 이유다. 올 2월 경력개발센터장으로 부임한 이 교수는 이공계 특별관 외에 ‘대학원생을 위한 채용박람회’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유급 인턴십’도 임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이 센터장의 임기는 2년이다.

이 센터장이 학생들의 커리어 개발과 관련된 행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가 지나온 경력과 관련이 있다. 이 센터장은 대학에서 교육학과 산업심리학을 공부한 뒤 첫 직장으로 완구제작 기업인 레고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외환위기가 오면서 “나도 구조조정 명단에 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표를 던지고 미국으로 날아가 오하이오주립대 인력개발(HRD) 석·박사과정을 등록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엔 아무도 관심없는 인력개발 분야를 전공하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모두 말렸다”며 “만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주위에서 말리는 것을 택하면 정답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그는 LG전자서비스의 미국법인 인사부에서 팀리더로 3년간 근무했다. 그는 “인사팀에 있으면서 직원을 선발하면 또다시 오랜 시간 가르쳐야 해 대학을 많이 원망했다”고 했다. 대학이 주된 고객인 기업의 수요를 고려해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인사담당자로서 불만이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려면 ‘거대한 바위’인 대학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개발 전문가인 이 센터장이 올초 부임 후 처음 한 일은 신입생에게 ‘경력개발 프로그램이 담긴 다이어리’를 배포하는 것이었다. 이 다이어리에는 경력개발센터의 구체적인 상담 프로그램부터 국내외 기업의 채용 트렌드와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자세히 담겨 있다.

그는 “서울대의 취업률을 보며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해준 것 없이 개개인의 역량이 탁월해 달성된 취업률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탁월한 인재일수록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진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방황하는 별’들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이 센터장이 임기 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학부생을 위한 전공별 맞춤형 경력 개발 △석·박사 연구원을 위한 커리어 개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실무 경험 제공 등 세 가지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지한파’를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이미 몇몇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센터장은 “서울대 출신을 뽑고 싶어 하는 기업이 벌써부터 반기는 분위기”라며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를 믿고 문을 자주 두드려달라”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