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금융증권통 각광

김앤장 5명 영입 최다
'형사강자' 동인 4명, '재도약' 노린 바른 3명 스카웃

'환경부 블랙리스트' 권순철은 로고스, 주진우는 개업
정수봉 이선봉도 화려하게 부활

부동산 전문가 안진범은 율촌, 국가송무과장 송길대는 바른
'서희그룹 오너 막내딸' 검사는 경영수업 받을 듯
[단독] '검찰 인사 후폭풍'…퇴직검사 20여명 대형 로펌행

“금융·증권이나 공정거래분야에서 남다른 전문성을 갖춘 분을 영입했습니다.”(대형 A로펌 대표)

“능력도 중요하지만 후배들한테 신망받는 검사들을 주로 뽑았습니다.”(대형 B로펌 대표)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과 맞물려 ‘검찰 인사 후폭풍’으로는 사상 최대인 60여명의 검사가 퇴임한 가운데 이들 검사가 어느 대형 로펌에 영입됐는지 윤곽이 드러났다. 전직 검사들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대형 로펌 입사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10대 로펌들은 이번에 옷을 벗을 검사 가운데 20여명을 영입하기로 했다. 로펌들은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췄거나 검찰 조직에서 신망을 받아왔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진행했다.

검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송무팀은 로펌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대 로펌의 매출은 2조4000여억원이며 송무 부문 매출은 1조원대로 추정된다. 로펌들은 해마다 8~9월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채용하는데 올해 영입 규모는 예년보다 많지 않은 수준이었다. 로펌들이 대규모 영입을 하지 않으면서 상당수 검사들이 새로 개업을 하거나 중소 로펌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검찰 인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서울 서초동 건물임대업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김석재 차맹기 전형근 김태권 최종무 등 김앤장行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변호사업계에 나온 5명의 검사를 데려와 영입 규모가 가장 컸다. 전통적으로 형사팀이 강한 법무법인 동인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바른은 3명이었다. 광장과 화우가 2명씩의 검사 출신 변호사를 보강했다. 태평양 율촌 세종 지평 대륙아주 로고스 등은 각각 1명씩을 뽑았다.

김앤장은 ‘특수통’검사 출신을 주로 뽑는 다른 로펌과 달리 ‘기획통’ ‘공안통’ ‘강력통’ 등 다양한 경력의 검사를 뽑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석재 전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장(사법연수원 24기)과 차맹기 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장(24기), 전형근 전 인천지검 1차장(25기)과 김태권 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29기), 최종무 전 안동지청장(30기) 등 5명을 영입한다.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김석재 전 부장은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냈고 ‘특수통’ 차 전 청장은 BBK주가조작 사건 당시 특별검사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최 전 지청장은 법무부 부대변인, 전 전 차장은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 등 경력이 있다. 김태권 전 부장은 조직범죄와 마약수사에 능한 ‘강력통’ 출신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명을 뽑아 형사팀을 대폭 보강했다. ‘형사통’ 송길대 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30기)과 ‘공안통’ 이상진 전 부산지검 공안부장(30기), 최승환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39기) 등이다. 송 전 부장은 대(對)정부 소송을 총괄 대응하는 법무부 국가송무과장 경력을 갖고 있다.

김앤장 다음으로 형사팀 조직이 큰 법무법인 동인은 김한수 전 전주지검 차장(24기), 안미영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5기), 김준연 전 의정부지검 차장(25기), 전승수 전 전주지검 군산지청장(26기) 등 4명을 영입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담당 검사는 개업

광장은 박장우 전 안양지청장(24기)과 박광배 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29기)을 영입했다. 광장은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근무 경력을 가진 박 전 지청장을 중심으로 ‘공정거래형사팀’을 조직할 예정이다. 또 은행 증권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위해 ‘금융·증권 수사통’인 박 전 단장을 한식구로 맞았다. 태평양은 검찰내 사법연수원 25기 선두주자인 정수봉 전 광주지검 차장을 영입했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많은 로펌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노동·형사 전문가 이시원(28기)과 국제 형사 전문가 이영상(29기) 검사를 영입한 율촌은 올해 안범진 전 안산지청 차장(26기) 1명만 뽑았다. 안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건설·부동산범죄전담부)을 거친 부동산범죄 수사 전문가로 2년간 외교부 파견 근무 경력을 갖춰 국제업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동일토건 오너의 사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파견 경력을 가진 신호철 전 고양지청 차장(26기)을 스카우트했다. 그는 검사 임용 전인 1997년 세종 변호사로 잠깐 근무한 경험이 있어 22년만에 ‘컴백’하게 됐다. 화우는 ‘특수통’ 서영민 전 대구지검 1차장(25기)과 이선봉 전 군산지청장(27기)를 영입했다. 서 전 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담당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거쳤고, 이 전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출신이다. 이들은 화우 형사대응팀에서 과학수사와 특수수사, 금융조세조사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권순철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25기)은 법무법인 로고스로 갔다. 그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는 등 현 정권을 겨눴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발령났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검찰 내부게시판에 “인사는 메시지”라는 글을 올려 인사 불만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지평에는 장기석 전 제주지검 차장(26기), 대륙아주엔 민기호 전 대검 형사1과장(29기)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지난달 검찰 인사 직후 사직한 이도희 전 청주지검 검사(41기)는 서희그룹 오너 이봉관 회장의 막내딸(3녀)로 변호사 개업보다는 오너 2세로서 경영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31기)은 개업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한웅재 전 경주지청장(28기)은 개업과 사내변호사 입사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봉하 전 부산 서부지청 형사3부장(31기)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법무법인 도울에 합류할 전망이다. 최근 퇴직한 ‘노동사건 전문가’ 이헌주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30기)은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20기)과 법무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기업 수사 대응에는 검찰 출신이 ‘제격’

대형 로펌이 ‘스타 검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결국 기업 수사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한진 등 국내 10대 그룹 중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김경수 율촌 변호사(17기)는 “현 정부들어 기업 수사의 총량이 늘었고 검사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디지털 자료에 대한 포렌식(증거 수집)이 확대되면서 수사도 거칠어 지고 있다”면서도 “수사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만큼 기업의 대응에 따라 무죄 확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대응에 따라 유무죄 여부나 형량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대형 로펌들은 기업들을 대리해 소환조사, 압수수색, 임직원 구속영장 발부, 기소 등 수사의 모든 단계를 방어하게 된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검찰의 기업인 소환조사때 동석해 검찰측 의도를 파악해 대응논리를 개발해야하고 압수수색때 현장으로 출동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한다. 대형 로펌들이 ‘후배들로부터 존경 받는 검사’들을 주로 영입한 것도 이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형사팀장은 “후배들에 ‘갑질’을 해온 선배 검사들을 뽑으면 오히려 검찰 수사 대응에 역효과만 낸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형사팀 변호사들의 몸값이 가장 높을 때는 최고경영자(CEO)나 기업 오너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대응이다.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의 기각을 이끌어내면 사실상 수사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가 걸린 사건에서는 구속영장 기각, 보석 석방, 대법원 무죄 판결 등의 성과를 내면 상당한 금액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수사를 계기로 로펌의 업무 영역은 수사이전 ‘증거인멸 의혹’ 단계로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봉 1억원 이하에서 수억으로 ‘껑충’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기업 고객들이 공정거래,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대응할 전문성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고 있다”며 “독자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보다 ‘팀 플레이’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영입 최우선 순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면 보통 검사 월급의 두 배 이상을 받는다. 월급여 600만원(본봉 기준) 정도를 받아온 부장검사급은 연봉 수억원을 받게 돼 월 급여 800만원 수준인 검찰총장보다 연봉이 더 많아진다.

로펌별 형사사건 성과를 보면 김앤장은 롯데그룹, 폭스바겐, 옥시 등의 형사사건을 대리해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 수사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도 김앤장이 방어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종도 합류했다. 태평양은 2016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의 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매출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때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 유무죄 여부가 최종적으로 갈리기 때문에 태평양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장은 오랜 기간 대한항공 사건을 대리해왔다. 세종, 율촌과 함께 ’물컵 갑질‘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형사사건에 투입돼 성과를 냈다. 율촌은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1·2심에서 무죄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무죄와 보석 석방을 이끌어냈다. 화우는 노동 형사사건에서 강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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