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생산되는 노니 열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생산되는 노니 열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달 초 부모님을 베트남으로 여행 보내드렸던 박모씨(40)는 어머니가 사온 상품의 가격을 알고 놀랐다. 노니열매 가루 500g 3통을 어머니가 구입하는 데 들어간 돈은 70만원. 박씨는 “일본 온천 대신 효도관광으로 부모님을 베트남에 보내드렸다가 바가지만 썼다”며 “이미 상품을 어머니가 개봉해서 사용해 환불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 홍콩 시위 등으로 베트남이 대안 관광지로 주목 받는 가운데 관광을 갔다가 소비자 피해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 일정 중에 쇼핑이 포함돼 있는 패키지 여행 중 고령층을 대상으로 값비싼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는 현지 상인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 방문한 한국인 4년 새 4배로 늘어나

베트남은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관광지다. 지난해부터 한국인 입국자수를 발표하지 않는 중국을 제외하면 베트남은 일본에 이어 한국인 입국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올 상반기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수는 207만8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만4000여명)보다 21.3% 늘어났다.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입국자 수는 2014년 83만2000여명에서 지난해 343만5000여명을 기록해 4년 새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관광업계에서는 베트남 관광객이 올 하반기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홍콩 집회가 계속되며 베트남을 대안 여행지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19일 호텔스컴바인에 따르면 베트남 다낭은 다음달 12~15일 추석 연휴에 호텔 검색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휴양지로 꼽혔다. 지난해 이 부문 1위였던 오사카는 10위로 떨어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했던 한국인 입국자 수인 2017년 385만400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여행 중 ‘노니 가루’를 바가지로 구매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노니’는 동남아와 남태평양 일대에서 재배되는 과일이다. 항산화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베트남을 찾아온 관광객이 즐겨 찾는 상품이다. 베트남 현지의 일부 상인들은 건강 상품을 많이 찾는 한국인 고령층 관광객의 특성을 이용한다. 패키지여행 중 500g가량의 노니 가루를 고급건강식품이라고 알리며 20만원대에 판매하는 식이다. 시중에서 같은 양의 노니가루는 1만원 이내면 구입할 수 있다. 정가의 20배가 넘는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셈이다.

◆‘노니 바가지’ 환불 위해선 허위 광고나 강매 입증해야

일부 관광객은 여행 중 강매하다시피 노니를 구매했다고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베트남으로 여행 갔다는 정모씨(34)는 “노니가루 1통에 25만원이나 주고 샀다가 실제 가격을 알고 여행사에 문의해 환불 받았다”며 “패키지여행 중 쇼핑 일정을 만들어두고 관광객이 구매하지 않으면 인상을 찡그리는 가이드도 있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강매 등으로 노니 가루를 비싸게 구매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베트남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 관광객에게 상품을 강매하거나 이를 위해 관광객을 쇼핑 장소로 데려가는 행위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강매가 이루어진 경우 최대 6개월간 관광 영업 행위를 중지하는 처벌규정도 신설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패키지 일정 중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다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있다”며 “소비자 불만이 들어오면 확인한 뒤 환불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에서 자율적으로 환불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소비자가 직접 허위 광고나 강매 등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환불이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허위 광고나 강매로 구매한 경우,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이를 입증할 증빙자료가 있어야 소비자 분쟁 조정이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순변심으로 인한 소비자 환불 요구로 볼 수 있는데 해외 현지에서 구매한 상품은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청약철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