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항공기 조종사로 선발해 교육한 이들에게 10년간 의무복무할 것을 서약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군이나 공군 조종사와 달리 의무복무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국가가 전직 해경 조종사 A씨를 상대로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반환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해경 경위로 임용된 A씨는 2011~2013년 조종사 양성과정을 거쳐 2013년 10월부터 4년 1개월간 조종사로 근무했다. A씨가 돌연 면직하자 국가는 A씨의 조종사 교육훈련에 들인 비용 1억19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양성과정에 지원할 때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양성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썼다.

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서약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법에는 교육훈련에 따른 복무 의무나 소요경비 상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해·공군 조종사에게 13∼15년의 의무복무기간을 둔 군인사법처럼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약정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