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인도·태평양 지배할 수 없어"…미·중 패권 경쟁격화
美·호주 '2+2회의' 개최…美제안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결론 못내

美국방·국무장관, 中 맹폭 "역내 불안정 초래…단호히 반대"(종합)
호주를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한 맹폭에 나섰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하루 만인 3일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내 배치 구상을 밝히며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견제에 본격 나선 가운데 미·중 간 '인도·태평양 지역' 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중 간 전선이 무역에서 안보 문제 등을 고리로 전면적으로 넓어지는 모양새인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과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회담인 '2+2회의'(AUSMIN)를 가진 뒤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도 인도·태평양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확고히 믿고 있으며, 역내 시급한 안보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공격적이고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는 중국의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여기에는 글로벌 공동자산(남중국해)의 무기화, 주권 거래를 위한 약탈적 경제적 수단 활용 및 부채 제공, 정부가 후원하는 타국 지식재산권 탈취 등이 포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가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을 재편하려고 하는 것을 한가하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 역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 등을 설치해 역내 불안정을 초래했고, 미국을 화나게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너지가 풍부하고 연간 3조4천억 달러 규모의 선적이 지나가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의 반발도 초래했다.

취임 이후 처음 해외 순방길에 오른 에스퍼 장관이 중국을 맹비난함에 따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 사이의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 및 호주 우방들과의 협력은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질 위험이 있는 '제로섬 딜'이 아니라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태평양 강국들은 나쁜 행동이 백일 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호주는 용감하게도 그리고 자주적으로 중국의 5세대(5G) 야욕의 위험에 대해 우리가 간파하기도 전에 먼저 경종을 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호주 모두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군사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행사에서도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탈적 전술을 쓴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적대적 조치라는 인식이 있다'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에스퍼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항행 및 상업의 자유를 촉진하는 것이며, 이란의 도발을 막는 목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린다 레이놀즈 호주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이 문제를 장관급 회담(2+2회의)에서 논의했지만,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