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기업 산증인' 이민화 KAIST 교수 별세
국내 벤처기업의 산증인이자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사진)가 별세했다. 이 교수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해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4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최초 벤처기업 창업자로 꼽히는 이민화 KAIST 케이스쿨(K-School) 겸임교수가 지난 3일 별세했다. 향년 66세로 사인은 부정맥으로 알려졌다.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벤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85년에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창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벤처업계 1세대 기업인 메디슨은 이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삼성메디슨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 교수는 1995년에는 벤처 시장 경영 개선을 위해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후 협회 명예회장직을 맡아 왔다. 아울러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1996년 코스닥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의료용구협동조합 이사장,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한국디지털병원사업수출협동조합 이사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식재산(IP) 분야 발전에도 헌신했다. KAIST IP 영재기업인교육원에서 청소년들의 특허 출원 동기부여와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앞장섰다. 금탑산업훈장, 철탑산업훈장, 제1회 벤처기업 대상,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상, 한국능률협회 한국 경영자상 등을 받았다. 한국의 100대 기술인(2010)과 한국경제 일으킨 기업인 70인(2015)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최근엔 정책 해법을 찾기 위해 청년정책학교를 열어 관련업계에 반향을 주기도 했다. 뜻 있는 청년 30명을 선발, 석 달간 교육하고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제는 산업 금융 복지 생활 교육 규제 환경·에너지 외교·국방 거버넌스 등이다. 그는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한국은 2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정책 중심의 정치 혁신이 한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제 전문가 조사에서도 ‘기술보다 제도 혁신이 어렵다’는 응답이 80% 이상이었다”며 “정치 혁신을 위해 청년들에게 미래 정책의 화두를 던지고 풀어가도록 하기 위해 학교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교수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창녕 벤처기업협회 이사(아사달 대표)는 “대한민국 벤처산업을 만들고 이끈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황망하다”며 “부디 편안한 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민화 교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