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일 서울지역 9개 자율형 사립고의 지정 취소에 모두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벌써부터 서울 강북과 강남 사이의 교육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9개 자사고 중 6개 학교가 강북에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막으려면 자사고 폐지 정책에 앞서 일반고 경쟁력 강화와 대입 정책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은 자사고 강북 5곳 뿐…강남 '쏠림' 심화될 듯
교육부가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한 학교 중 강북에 있는 학교는 경희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여섯 곳이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으로 강북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서대문구, 마포구엔 자사고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 두 곳을 포함해 강북에 있는 자사고는 다섯 곳으로 줄었다.

반면 한강 이남에 있는 자사고 중 올해 지정 취소가 결정된 학교는 경문고와 배재고, 세화고 세 곳이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강북에선 여섯 곳을 탈락시키고 세 곳을 통과시킨 반면 강남 지역에선 평가 대상인 4개 자사고(경문고는 자진 신청) 중 절반인 두 곳을 탈락시켰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을 자사고까지 포함하면 강남 지역에 남는 자사고는 모두 8곳이다.

결국 교육당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 진학 열기와 우수한 교육에 대한 수요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며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와 명문고·학원이 밀집돼 있는 강남 8학군, 목동 등 교육특구 선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과는 무관하게 대학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 전형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학부모의 교육특구 선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신에선 다소 불리하더라도 면학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 지역 명문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 비율을 30%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2021학년도까지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공고한 대학 서열 구조와 열악한 공교육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자사고 지정 취소로 인한 교육 격차 확대는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날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은 고교 학점제의 완전한 도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교 학점제의 전면 도입은 2025년에야 시행된다. 박 차관은 또 “현재 체제에서의 대입안과 관련된 논의를 새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를 폐지하더라도 학생 절반이 잠들어 있는 일반고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놓는 게 맞는 순서”라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