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헤어스타일러 화상사고…어린이 손 닿지 않는 곳에 두세요
헤어스타일링을 위해 고데기로 불리는 가정용 인두를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데기는 짧은 시간에 높은 온도로 가열된다. 이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화상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최근에는 주의력이 높지 않은 10세 미만 아이들이 고데기 때문에 화상을 입어 병원을 찾는 일이 늘고 있다.

조진경 베스티안서울병원 소아화상센터 부원장은 “병원을 찾는 사례를 보면 보호자가 쓰고 내려놓은 고데기를 어린이가 호기심에 직접 만지거나 피부에 닿아 화상을 입는 일이 많다”며 “고데기 사이에 손 등이 끼여 화상을 당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2018년 고데기 관련 위해 사례 중 화상사고가 74.4%로 가장 많았다. 화상사고 절반 정도(50.4%)는 10세 미만 아이가 고데기를 잘못 만져 생긴 사고였다. 이들 중에는 호기심이 많지만 반응속도가 느린 1세 이하 영아가 64.9%로 가장 많았다.

고데기 때문에 화상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손과 팔을 가장 빈번하게 다쳤다. 위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영유아가 가열된 고데기를 만지거나 움켜쥐면서 화상을 입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화상 정도도 더 심했다. 10세 미만 어린이는 고데기로 화상사고를 당한 뒤 ‘2주 이상~1개월 미만’ 장기치료를 한 비율이 54.8%였다. 다른 연령대보다 치료기간이 길었다. 아이들은 피부 두께가 얇아 같은 온도에서 화상사고를 당해도 손상이 더 깊다. 뜨거운 것에 닿았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등의 대처도 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른보다 긴 시간 뜨거운 고데기에 접촉해 화상 치료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데기의 발열판 온도는 최대 215도까지 높아진다. 이를 그대로 두면 20~25분 정도 지나야 40도 이하로 떨어진다. 바로 온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높아질 때까지 전원을 켠 뒤 방치하는 일이 많다. 사용한 뒤 전원을 꺼도 일정 시간까지는 화상사고의 위험이 남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공간에서는 사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데기에 화상사고를 당한 사람 중에는 2도 화상을 호소한 경우가 88.3%로 가장 많았다. 2도 화상은 피부 겉을 덮은 표피 전부와 아래층인 진피 일부가 손상을 입은 정도의 화상이다. 대부분 물집이 생기고 조직이 붓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집에서 고데기 등을 쓰다가 화상사고를 당하면 우선 흐르는 시원한 물로 화상 부위를 충분히 식혀야 한다. 물집이 생겼거나 영유아가 화상사고를 당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화상사고를 당한 뒤 생긴 물집은 함부로 터뜨리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터뜨리거나 벗겨내면 안 된다. 상처 부위를 알코올 같은 자극성 소독제로 문지르는 것도 삼가야 한다. 대표적 민간요법인 곱게 간 생감자를 붙이거나 문지르는 것도 잘못된 응급 대처법이다.

조 부원장은 “화상 깊이는 온도와 접촉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며 “고데기는 온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고데기 사이에 손이나 발이 끼었을 때 아이가 재빨리 빼내기 어렵기 때문에 화상이 깊어진다”고 했다. 그는 “고데기를 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사용한 뒤에는 고데기 모양에 맞는 내열 파우치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