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독점 도급 인력 일반인에 문호 개방…수급관리위가 공개채용
'비리 온상' 일용직 공급회사 지배구조 개선…항만현대화기금 등 활용
노조 임원·간부 감축, 비리 연루자 재취업 금지 기간 5년으로 강화
채용 비리 악순환 끊자…부산항 노사정 '투명성' 제고 협약체결
항운노조가 독점해왔던 부산항 일반부두의 도급제와 컨테이너부두의 화물고정 인력 공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채용 방식으로 바뀐다.

특정 민간업체가 사실상 독점하며 부두 운영사 임원들과 뒷돈거래를 하는 등 비리 온상으로 지목된 일용직 노동자 공급도 항만물류협회 등 공적 분야에서 적극 개입해 투명성을 높인다.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부산항운노조, 부산항만물류협회, 부산항만산업협회는 25일 부산항만공사에서 '항만인력 공급 투명성 제고 및 항만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한 노사정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노사정은 올해 2월부터 3개월여에 걸친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부산항 인력공급 체계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채용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 이 같은 개선대책들을 마련했다.

부산항 일반부두에서 도급제(작업 물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방식)로 일하는 인력과 컨테이너 부두 등의 화물고정 분야 결원이 생기면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력수급위원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항운노조가 별도 채용 절차 없이 임시 조합원으로 수시 채용해 왔다.

공개 채용 관련 업무는 부두 운영사들의 단체인 부산항만물류협회가 협회 내에 사무국을 설치해 맡기로 했다.

냉동창고, 어류, 컨테이너 야적장, 보세창고 등 비항만 분야 노조원을 항만 분야로 전환 배치하는 과정에서도 심사 절차를 강화해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노조가 단수로 추천한 조합원을 수급관리위원회의 서류심사만으로 선발했지만, 앞으로는 노조로부터 복수를 추천받아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거치기로 했다.

비항만 분야 근무경력 조건도 종전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하고, 추천자 실명제를 도입해 가공 조합원의 근무 경력을 조작해 전환 배치하는 등의 비리를 예방하기로 했다.

일용직 노조원을 컨테이너부두에 상용직으로 추천할 때도 일정한 기준에 맞는 복수의 노조원을 추천해 운영사가 선발하도록 바꾼다.

현재는 결원이 생기면 노조 간부가 비공식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해 금품 거래 등 비리 소지가 많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상용직(하역장비 기사, 신호수)은 항운노조가 일정 비율 추천권을 갖도록 운영사와 협약이 돼 있다.

수급협의회가 사후에 각 운영사에 채용 결과 열람을 요청할 수 있게 해 사후관리 규정도 만들기로 했다.

채용 비리 악순환 끊자…부산항 노사정 '투명성' 제고 협약체결
검찰 수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일용직 공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개선 대책도 나왔다.

북항과 신항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조원 공급을 사실상 독점한 민간업체가 공급권 유지를 위해 비자금을 만들어 부두 운영사 임원 등에게 뒷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정은 이러한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공급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기로 했다.

임시 조치로 항만물류협회의 항만현대화기금이나 부두 운영사 출연금을 활용해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업체를 설립하고 해수청, 항만공사, 협회 등이 사외이사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지정한 회계법인 매년 회계감사를 해 그 결과를 보고하는 등 감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이 같은 항만인력 공급체계 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항운노조는 노사정 합의와 별도로 자체 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58명인 임원을 8명 정도로 줄이고, 400여명인 반장도 단계적으로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취업 비리에 연루된 조합원의 재취업 금지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2회 적발 땐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노조는 10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런 내용으로 조합 규약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