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악화로 애물단지 하천이 된 고양 한류천.  /강준완 기자
수질악화로 애물단지 하천이 된 고양 한류천. /강준완 기자
CJ그룹이 1조800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복합테마파크 사업인 ‘고양 CJ라이브시티’가 중심부를 흐르는 한류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질이 악화된 한류천이 악취까지 풍기면서 해외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CJ와 경기 고양시는 수질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4년을 목표로 했던 CJ라이브시티 준공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악취 나는 한류천, 투자 유치 걸림돌

CJ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장항동 일대에 30만㎡의 ‘고양 CJ라이브시티’를 조성하기로 하고 2016년 사업에 착수했다.

최대 2만 명을 수용하는 K팝 공연장, 체험형 스튜디오, 첨단놀이시설, 호텔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AEG와 투자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러나 AEG 측은 테마파크 한가운데를 흐르는 한류천의 수질 개선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한류천의 수질 악화가 테마파크 성공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테마파크 지역 중심을 가로지르는 2.6㎞의 한류천은 상수원이 없어 비가 오면 빗물을 한강으로 내려보내는 우수관로다. 2011년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270억원을 투입해 일산호수공원 인근 상류 지점부터 1.3㎞ 구간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그러나 우수기에만 빗물이 흐를 뿐 평상시에는 물이 고여 있어 오염이 심하다. 악취로 인해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한류천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수변공원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지저분하고, 바람 부는 날에는 악취 때문에 거실 창문을 닫아 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CJ라이브시티 측은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차례 수질 개선 요청을 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조8000억 'CJ라이브시티 사업' 발목 잡는 고양 한류천
고양시-CJ, 수질 개선 해법 달라

경기도와 고양시는 한류천 하류에 있는 일산수질복원센터(수처리시설)에서 정수된 3급수 물을 상류로 끌어올린 뒤 다시 내려보내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루 10만t의 물을 흘려보내면 하천 바닥에 침전물이 발생하지 않고 악취도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도와 시는 270여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수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CJ라이브시티 측이 전문조사 기관에 의뢰한 ‘고양시 수질 개선안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질복원센터의 방류수는 3급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취가 심하고 질병 유발 인자들이 포함돼 있어 재이용수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CJ 측은 이 분석 결과를 근거로 이중하천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류천은 지하로 만들어 배수로 기능을 유지하고, 상부에는 인공하천과 수변공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CJ 측 관계자는 “하천의 복개 비용으로 약 770억원, 상부에 있는 인공하천과 수변공원 조성비로 약 250억원이 필요하다”며 “상부 공원 조성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뜻을 고양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양시는 여전히 한류천 수질을 개선해 지상 하천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하류에 있는 수처리시설을 확충해 수질을 2급수로 끌어올리고, 수심을 현재 1.5m에서 50㎝~1m가량으로 낮추는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류천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악취와 모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원호 킨텍스 한류월드 공동주택연합회 대표위원은 “주민 대부분은 한류천은 복개하고, 상부에는 인공하천을 만드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