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병역 기피 유승준 ‘비자 발급 거부’ 위법
"유승준 입국 금지 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F-4비자 발급받으면 경제활동 가능

"원고 스티브 승준 유. 한국명 유승준. 피고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그가 F-4 비자발급을 신청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대법원은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씨는 2015년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을 통해 소송을 냈다. 잇따라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유씨 측이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의 의미는 비자발급거부의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뜻이지 이 판결로 유씨에게 바로 F-4비자가 발급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유씨가 F-4 비자 발급에 사활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자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 또는 만 60세 이상의 동포, OECD국가 영주권 소지자, 국내외 전문 학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 또 특정 자격으로 국내 6개월 이상 체류한 사실이 있는 자 등이 F4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9월 최종 수정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에 따르면 비자 제한 요건도 있다.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때'는 비자 발급을 불허한다. 다만, 그에 해당하는 외국국적 동포가 38세가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함. 이라는 조항도 함께 두었다. 즉 유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어도 38세가 되면 비자발급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염원을 강조해 온 유씨가 단순 관광 비자가 아닌 F-4 비자 발급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에서의 경제활동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입국금지' 유승준은 왜 38세가 되자마자 F-4비자 발급을 신청했나

일례로 유씨는 올해 1월 새 앨범 '어나더 데이'(Another day)를 내 변함없는 복귀 의지를 보였다. 국내에서 신보를 내는 것은 2007년 '리버스 오브 YSJ'(Rebirth of YSJ) 이후 12년 만이었다. 당초 지난해 11월 앨범을 내려 했으나 싸늘한 여론에 앨범 유통을 맡기로 한 회사가 철회해 한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 곡에는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전에" 등의 후회를 담은 가사도 담겨 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유씨가 "입국금지조치 당시나 그 이후 어떠한 형태로의 법적 쟁송도 제기하지 않다가,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외국국적동포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연령(38세)에 이른 후에야 비로소 사증발급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유씨 주장의 순수성을 의심했다.

유씨가 병역면탈자도 만 38세 이후엔 비자 내주는 법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다시 재판을 통해 다퉈야 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티븐유(유승준) 입국금지 다시 해달라.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괴감이 든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한사람으로서 , 유명한 한 사람의 가치를 수많은 병역의무자들의 애국심과 바꾸는 이런 판결이 맞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유씨가 넘어야 할 산은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뿐이 아니다. 총영사관이 재상고를 하면 다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만약 대법원이 유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최종확정을 하더라도 유씨의 비자 발급문제는 다시 영사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입국금지결정 사안이던 유씨 개인의 병역문제가 아닌 다른 사유로 비자발급이 다시 거부될 수 있다.

앞서 대법원은 "재외동포법상 유씨의 병역기피는 38세가 지났기 때문에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공복리, 안전보장, 질서유지,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영사관은 유씨의 사례가 병역기피의 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용인돼 국익을 해쳤는지, 또 이 부분이 비자발급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험란한 법정 공방이 끝나면 '배신의 아이콘' 유승준을 바라보는 차가운 국민들의 여론 또한 앞을 가로막고 있다. 유씨의 대한민국 입성 도전기는 험란한 2막의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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