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외고' 비판 받아온 조희연…자사고에 칼 빼들었다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정작 아들을 외국어고에 보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아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모교’인 중앙고마저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됐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서울지역 자사고 13곳 중 8개교가 대거 탈락, 자사고 논란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9일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등 8개교가 기준점수(70점)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비롯해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등 5개교는 커트라인을 넘겨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재선 진보교육감인 조 교육감은 1기 때부터 ‘일반고 전성시대’를 정책목표로 자사고 폐지를 추진했다. 5년 전 운영성과 평가에서도 상당수 서울지역 자사고가 탈락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 유지’ 쪽 손을 들어줬다. 서울교육청 결정이 교육부 동의를 얻지 못한 결과였다.

자사고 폐지가 대선공약이었던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조 교육감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지난 2017년 5개 자사고·외고·국제중의 재지정 통과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사고 폐지라는 제도 개선과 평가라는 행정적 행위 사이엔 엄연한 간극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평가 결과 기준점수를 넘은 자사고를 인위적으로 폐지할 순 없다는 의미였다.

당시 조 교육감은 대안으로 ‘제도적 개선’, 즉 자사고 일괄 폐지 및 일반고 전환을 주문했다. 이날 평가 결과가 이 쟁점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진보 성향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평가 결과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고 “5년 후 자사고 제도를 일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평가 결과에 따라 (5개교가) 재지정됐다고 해서 자사고 제도 자체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볼 순 없다. 자사고에만 선발권 특혜를 줄 이유가 없으므로 자사고 제도 폐지가 사회정의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 뒤 별도 자사고 평가 없이 제도 자체를 폐지해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2년 전 조 교육감의 주문과 궤를 같이 한다.

교육분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이번 평가에서 탈락한 8개교 중 7개교는 2014년 평가에서도 ‘지정 취소’ 및 ‘2년 유예’ 결정을 받았다. 결국 10년간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서울교육청은 교육감 청문, 교육부 장관 동의 등 후속조치를 원칙대로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해온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는 조 교육감의 영향을 받은 평가로 객관성·공정성·형평성·적법성을 상실했다. 자사고 존폐는 민주적 절차를 통한 학교 구성원들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조 교육감 퇴진운동, 유은혜 교육부 장관 낙선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교육농단’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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