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 2억8600만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74)에게 28일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중국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귀녀 할머니를 데리고 들어온 김씨는 2012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이 할머니에게 지급되는 각종 지원금 2억8628만원을 총 332회에 걸쳐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이 돈을 자신의 전세자금과 자동차보험료, 신용카드 비용 등으로 썼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별세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돈을 횡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원금을 다른 계좌로 송금해 소비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김씨는 고령에 몸이 불편한 이 할머니를 중국에서 직접 모시고 왔고,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피해자를 부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할머니가 요양시설에 있을 때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해 간식과 선물을 드리고 생일을 챙겼고, 사망하자 상주 역할을 하며 장례를 치렀다”며 “김씨가 지원금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증빙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도 이 할머니가 2016년경 아들에게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에 대해 피고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말한 점을 볼 때 김씨가 이 할머니 의사에 반해 돈을 횡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