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유 주유 현장 단속 /연합뉴스
가짜 경유 주유 현장 단속 /연합뉴스
등유에 콩기름을 섞어 판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이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유통한 가짜경유는 10억~20억원 규모다.

26일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남부본부는 인천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과 합동으로 가짜석유 제조장을 차려 놓고 가짜경유를 제조·판매한 일당 및 이를 구입한 화물차주 등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가짜경유 유통의 최상위 공급자인 장모씨(51)는 지난해 12월 인천 서구에 자동차 연료 첨가제 제조업체인 에이스OO을 설립한 뒤 정상 제품에 콩기름 약 30%를 혼합해 맥OOO라는 제품명으로 연간 약 5000ℓ(1억3000만원 상당)를 시중에 유통시켰다. 또 콩기름을 섞어 만든 첨가제를 등유에 혼합하는 방식으로 가짜경유를 제조해 화물차 등에 직접 판매하거나 불법 판매업자를 통해 약 91만ℓ(13억3000만원 상당)을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로부터 가짜경유를 공급받은 판매업자 최모씨(45)와 제모씨(47)는 인천 소재 폐기물업체와 결탁해 이곳에 소속된 서울, 인천, 경기지역 덤프트럭 화물차 100여대에 주기적으로 주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 등은 석유관리원으로부터 불법행위가 적발돼 영업정지나 강제 폐업되면 다른 불법업자 상호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영업을 지속해 왔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장씨 등으로부터 시중 가격보다 싼 가짜경유를 구입해놓고 정상 경유를 구매한 것으로 속여 정부에서 화물차 유가보조금까지 받았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난방용 연료로 제조된 등유를 차량이나 기계 연료로 사용하면 정상제품 대비 연비와 출력 저하는 물론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배출량이 최대 48% 증가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게 석유관리원의 설명이다. 연료공급계통의 부품이 파손돼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단속은 석유관리원이 운영하고 있는 석유제품 수급보고시스템을 활용한 정보 분석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서 시작됐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가짜석유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판매자는 물론 알고도 쓰는 사용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