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달라고 직접 목소리를 내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항암제 등 고가 치료제는 많아졌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이들 치료약에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것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단체인 중증아토피연합회는 지난 10일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에 건강보험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해 9월 국내에 듀피젠트를 출시했다. 2주에 한번 이 주사제를 맞으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호소하는 극심한 가려움증 등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비급여 치료제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달에 200만원 정도인 주사값을 모두 환자가 내야 한다. 치료제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환자들은 주사 맞는 간격을 6주에 한번으로 조절해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듀피젠트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는 일본은 한달에 25만원 정도만 내면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 달라는 환자들 요구도 많다. 화이자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가 대표적이다. 입랜스는 2017년 국내 유방암 환자들의 요구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됐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활용해 입랜스의 급여 혜택을 좀더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랜스는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쓸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항암제로 한번 치료를 받은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입랜스의 한 달 평균 약값은 500만원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 15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국내에는 서구권 국가와 달리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폐경 이전 환자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치료기간이 길고 재발이나 전이 위험도 높다. 환자들은 국내 상황에 맞는 건강보험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2년 전 입랜스에 건강보험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민원전화를 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고가 치료제가 늘면서 환자들의 건강보험 혜택 확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