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사업자가 운전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실제보다 줄이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최저임금보다 월급을 적게 줬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지난달 민사적으로는 택시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했던 것과 다른 결론이다.

▶본지 5월 10일자 A28면 참조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사업자 조모씨(58)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취업규칙을 바꾼 것은 무효지만 택시사업자는 이런 취업규칙이 유효하다고 생각한 것이므로 ‘범죄의 고의’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법인 택시기사의 임금은 고정급(월급)과 초과운송수입(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이뤄진다.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초과운송수입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되자 당시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취업규칙으로 정하는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을 줄였다. 소정근로시간을 임의로 줄이면 회사가 줘야 하는 최저임금도 덩달아 감소한다.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이려면 택시기사들의 사납금 부담이 커지니 노사가 서로 이런 식의 합의를 본 것이다.

지난달 18일 대법원은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이 바뀐 게 없는데도 회사 측이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취업규칙을 변경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추가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형사책임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택시 노동자 다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유효하다고 봤기 때문에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증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