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이 올해 초 담배과 식물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앱을 방문해 연구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이 올해 초 담배과 식물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앱을 방문해 연구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철강도시 경북 포항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백신 선도도시 건설에 나섰다.

포항시는 2025년까지 국비 등 2000억원을 들여 흥해읍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그린백신(단백질) 의약품과 산업용 백신, 기능성 신소재 등을 특화 생산하는 그린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23일 발표했다.

그린백신은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담배 벼 딸기 등 식물에 유용한 유전형질을 삽입·발현시켜 인체에 유용한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일본은 딸기에서 개의 치주 질환 치료제인 인터페론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담배에서 효능이 우수한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을 개발했다.

포항시가 그린백신산업에 눈을 뜬 것은 교수진과 대학원생 등 3000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포스텍과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막스플랑크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등 그린백신산업과 연관된 첨단과학 연구개발(R&D)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그린바이오 산업'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이윤우 시 미래전략산업과 팀장은 “포항은 태양광보다 100경 배나 밝은 빛을 이용해 물질의 미세 구조를 분석하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막 단백질을 초고화질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어 그린백신 개발 단지로 최적”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린백신 생산에서 출발해 항원·항체 치료제는 물론 식품·화장품 첨가물, 기능성 신소재, 생촉매 등을 사업화하는 그린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식물백신기업 지원시설과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지식산업센터 등 10여 개 관련 시설을 집적화하기로 했다.

그린백신 핵심 전초기지인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은 135억원을 들여 6840㎡에 본관 3층, 연면적 4627㎡ 규모로 2021년 준공된다. 완전 밀폐형 식물배양시설(스마트 팜)과 백신 생산시설, 식물백신 효능평가시설 등이 들어선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인근에는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가 오는 12월 준공한다. 신약후보물질 시험 생산과 상품화를 지원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파일럿 플랜트가 구축되고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사업 추진단이 들어선다. 국내 제약사인 제넥신 등 국내외 바이오 기업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기관 등이 입주한다.

포항시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은 포스텍 벤처기업인 바이오앱(대표 손은주)이 세계 최초로 담배에서 추출한 물질로 돼지열병 백신인 ‘허바백’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조 품목 허가를 받아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바이오앱은 오는 8월부터 1년간 농가에서 임상시험을 거친 뒤 해외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린백신은 질병치료용 작물로 섭취가 가능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긴급 대응 할 수 있다”며 “포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 5대 백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포항에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