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의령·사천·거제·고령·성주…172㎞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戰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이 지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철도 건설을 지역발전의 기회로 보고 역사(驛舍) 유치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역사 위치를 놓고 지역 내 이견이 표출되는가 하면 노선이 직접 지나지 않는 인접 지자체까지 유치전에 가세해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경남 거창군은 지역 인사와 각 기관·사회단체장 등을 중심으로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2일 발표했다. 추진위는 거창군과 인접한 옛 88고속도로 해인사 톨게이트 지점을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설 최적지로 꼽았다.

남부내륙고속철도 경유지로 역사 건립 계획에 포함된 합천군은 지난 3월 25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하고 지역민들의 뜻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 교통 낙후지역인 합천은 향후 사업 적정성 평가와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경제성 등을 이유로 변경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의령군도 지난달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 유치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이곳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지역활성화지역으로 고속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점을 들어 역사 유치에 뛰어들었다.

진주시와 인접한 사천시는 남부내륙고속철도가 1966년 김삼선(김천~삼천포) 건설 계획에서 유래한 만큼 사천에도 반드시 역사가 건립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종착지인 거제시에서는 지역 내 역사 위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사등면 사곡리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관광산업과 연계한 거제면,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상문동, 거제시내 등 거론되는 장소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경북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경북 지자체들은 김천~합천 65㎞ 구간에 역사가 한 곳도 없다며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경북 고령군이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위원회를 발족했고, 성주군은 역사 유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군민 결의대회 등 주민 결집을 통한 유치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부내륙고속철도의 노선과 역사 위치를 담고 있는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김천과 진주역은 기존 역을 사용하고 합천·고성·통영·거제 등 네 곳에 역을 신설해 여섯 개 역과 한 개의 신호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남부내륙고속철도와 연계한 그랜드비전 용역에 착수한 경상남도는 역사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사업 지연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자칫 지자체 간 역사 유치를 위한 경쟁이 ‘저속철 우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총길이 172㎞, 예상사업비 4조7000억원에 이르는 남부내륙고속철도의 노선과 역사 위치 등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국토부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