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 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대출받은 경우 대출금 전액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을 초과한 액수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모씨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담보물의 매매대금을 허위로 부풀려 기재한 매매계약서를 제출해 대출받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하며, 지급받은 대출금 전부가 사기죄의 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경우 사기죄의 이득액에서 담보물의 실제 가액을 전제로 한 대출 가능 금액을 공제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원심은 대출 가능 금액을 초과한 대출금 부분만 유죄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2012년 16억5000만원에 구입한 토지를 26억5000만원에 산 것으로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 제출한 뒤 이 땅을 담보로 15억9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매매계약서로는 11억9518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었다. 재판에선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사기 이득액에서 제외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제외됐을 경우 임씨의 사기 이득액은 3억9481만원으로 줄어들어 특경법상 사기가 아니라 일반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이득액이 5억원을 넘을 경우 적용된다.

1심은 “은행을 속여 대출받은 이상 대출금 15억9000만원 전부가 사기 이득액”이라며 특경법을 적용해 임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가 실제 매매계약서를 제출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출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3억9481만원만 범행 액수로 판단해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