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산업 '화려한 변신'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박인철 크리에이터 디렉터는 2013년 안경회사 뮤지크(대표 박인수)를 창업했다. 전체 직원 25명 중 안경회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10명은 디자이너와 브랜드 매니저다. 음악을 주제로 독특한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20만~30만원대 패션 안경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셀럽(유명인)이 쓰는 안경이면서 국내외 패션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한 안경이라는 게 알려지면서다. 박 디렉터는 창업 당시 프랑스의 장루이 콩데라는 안경 장인을 찾아갔다.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마케팅은 세계 최고로 할 수 있으니 세계 최고의 안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국제 콜라보 안경을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이 회사는 올해 대기업 계열사와 함께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패션디자이너와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사들이 안경 제조업에 뛰어들면서 한국 안경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윤덕 한국안광학진흥원 전시팀장은 “자기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안경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겠다는 새로운 전략이 안경업계의 구도를 바꾸고있다”고 말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하청 제조나 수입품 유통에 의존하던 국내 안경업계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다.
안경산업 '화려한 변신'
대구국제안경전을 주관하는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원장 김원구)은 안경업계의 트렌드를 담아 오는 17~19일 12개국 220개사가 참가하는 ‘제18회 대구국제안경전(DIOPS)’을 연다고 10일 발표했다.

브랜드와 디자인이 우수한 기업을 뽑는 디옵스 어워즈에는 뮤지크와 안경사 3명이 모여 설립한 이호아이티씨(대표 이현호) 등 7개 기업이 참가한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사업에 참여한 26개사의 제품과 스토리도 특별 전시된다. 산업디자이너 출신인 이영준 대표가 2017년 대구에 설립한 그레이앤은 전체 직원의 절반인 6명이 디자이너다. 김원구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은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지 못하면 한국 안경의 미래는 없다”며 “대구시와 함께 올해부터 글로벌 브랜드 육성 등 한국 안경 고도화 육성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브랜드로 안경 기업을 창업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안경 제품 기획과 생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의 H2C(대표 하경록)는 해지스, 래쉬, 스테판크리스티앙 등 국내외 유명 하우스 브랜드(안경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브랜드) ODM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비욘드 클로젯, 준제이 등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콜라보 제품도 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설립된 대구의 휴브아이웨어(대표 황윤기)는 국내 최초로 이중사출 방식의 컬러 안경으로 매출 4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황윤기 대표는 “이온플레이팅 공법으로 독특한 색상을 연출하는 자체 브랜드 ‘플라스타’로 지난해 일본 내 250개 체인점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