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없어요"…세종시 전·월세 '때아닌 특수'
서울과 경기 과천 등에 남아 있던 정부 부처들이 올해 잇따라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하면서 세종이 때아닌 전·월세 특수를 맞고 있다. 입주 초기여서 공무원들이 가족을 두고 홀로 세종에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1~2인용 거주 목적의 오피스텔, 원룸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다.

9일 각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세종 이전 작업을 시작한 1월 이후 지금까지 1400여 명이 옮겨왔다. 하반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전하면서 소속 공무원 1000여 명이 세종시 생활을 시작한다. 여기에 여성가족부도 이전을 검토 중이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전입하면서 임차 수요는 급증했다. 이날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요새는 부동산 앱 등 정보가 빨라 조건이 좋은 매물이 나오면 바로 나가버린다”며 “빈방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원룸 월세가 작년보다 5만~10만원씩 더 붙었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청사 주변 어진동, 도담동 일대는 매물이 아예 동났다. 부임 동기와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중앙부처 5급 공무원 A씨는 최근 독립을 위해 공인중개소를 돌다가 원룸 구하기를 포기했다. 조건에 맞는 방은커녕 한두 달 내 입주할 수 있는 빈방 찾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행안부가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방 구하기가 쉬워서 ‘천천히 알아봐야지’ 했다가 때를 놓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하락하던 오피스텔 매매가도 올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종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9개 주요 지역 중 세종만 오피스텔 가격이 상승했다.

수도권과 세종청사를 오가는 공무원 통근버스도 이용객이 늘었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해 하루 65대 운행하던 통근버스를 올해 10대 증편했다.

공무원들 사이에는 뒤늦게 ‘세종살이’를 시작한 행안부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행안부가 지방분권 주무부처이면서도 ‘뒷북 이전’을 했기 때문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세종시 초창기에 막막했던 걸 돌이켜보면 행안부가 ‘셋방살이’로 세종살이를 시작한 게 쌤통이란 생각도 든다”며 “행안부도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다 보면 행복도시(행정복합도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2021년 말 세종3청사 완공 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맞은편 KT&G세종타워를 임차해 사용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