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위암수술 받은 환자 생존율, 美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
국내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 생존율이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수술받은 환자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여 년간 수술 성적을 비교·분석한 결과로, 한국 의료기관의 수술 성적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송교영 위암센터 위장관외과 교수(사진)팀과 존 멀른 하버드대 외과 교수팀이 한국과 미국의 위암 치료 결과를 분석했더니 한국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의 생존율이 미국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 생존율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전국 데이터(SEER)와 서울성모병원,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1989~2010년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국내 위암 환자의 수술 결과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환경적 요인 등을 분석하기 위해 환자의 인종, 태어난 곳, 치료받은 곳을 나눠 비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1만6622명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받은 KK군(3984명),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KUS군(1046명),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백인 W군(1만1592명) 등 세 그룹으로 나눠 5년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KK군의 5년 생존율이 81.6%로 가장 높았고 KUS군 55.9%, W군은 39.2%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의 수술 효과가 가장 좋았다는 의미다.

환자를 분석했더니 미국인 환자는 한국인 환자보다 나이가 많고 암도 더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를 고려해 림프절을 15개 이상 절제한 환자 중 적절하게 절제했다고 판단되는 환자만 골라 치료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의 치료 결과는 일반적인 미국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보다 좋았지만 한국 의료기관인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보다 치료 성적이 나빴다.

수술 성적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보정해도 미국에서 수술받은 백인 위암 환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5.8배 높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환자는 한국에서 수술받은 환자보다 사망위험이 2.8배 높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받은 위암 환자는 미국에서 수술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상당히 낮았다.

위암은 2016년 기준 국내 암 환자가 가장 많이 걸린 암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한국은 국가건강검진에 위암 검사가 포함돼 40세 이상 성인은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인 위암 5년 생존율은 76%로, 미국(32.1%)보다 상당히 높다. 송 교수는 “서양보다 아시아권에서 위암 환자 치료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이 유전적 요인 때문인지,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 치료 방법의 차이 때문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로 생물학적인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 특히 치료의 질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2010년 국제공동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치료받은 위암 환자의 생존율이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보다 30% 높게 조사됐다”며 “이번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위암 치료 수준이 뛰어나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위암’의 인터넷판에 먼저 실렸다. 최근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일본위암학회에서 발표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