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령 운전자(65세 이상)에 대해 운전 능력에 따라 조건부로 면허를 허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안전시설도 확충한다.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 추진
경찰청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연내 마련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노인단체 의사협회 등 관계기관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구용역 등을 거쳐 도로교통법 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령 면허 소지자 비율은 △2016년 8% △2017년 8.8% △2018년 9.4%로 매년 늘고 있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 사망사고 비율 역시 2016년 17.7%에서 지난해 22.3%로 치솟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운전자의 반응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야간이나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검사와 야간운전 테스트 등을 거쳐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에게만 이런 조건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면허제도는 취소 또는 유지라는 이분법으로만 돼 있지만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도 보장하기 위해 맞춤형 면허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고령 운전자에게는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반납에 따른 교통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수시 적성검사 대상도 확대한다. 기존 치매 외에 뇌졸중·뇌경색 등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을 추가한다. 본인 신고나 기관통보뿐 아니라 의사·경찰관·가족 등 제3자 요청으로도 수시 적성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고령 보행자 안전 대책도 내놓는다. 사고다발지역에 무단횡단 방지 펜스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개선하고, 고령자가 자주 다니는 지점은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늘리는 등 신호체계도 정비할 방침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