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사자명예훼손)를 전면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서면서 “헬기사격을 지시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다.
귀가 중 응급실 들러…이순자 여사와 아무말 없이 집으로 들어가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11일 재판을 받기 위해 자택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귀가할 때도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자택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전씨는 이날 오후 8시 52분 검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도착해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32분께 집을 나서 차에 오른 지 12시간 20여분 만이다.이날 내내 곁을 지킨 부인 이순자 여사도 함께 차에서 내려 자택을 향했다.전씨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으나 주변의 부축 없이 걸어서 자택으로 들어갔다.집에 들어가면서 허리 쪽을 잡는 모습도 보였다.취재진 50여명이 몰려 전씨의 귀가 모습을 취재했지만, 전씨는 취재진을 바라보지 않고 곧장 자택으로 들어갔다.전씨의 집 앞은 가로등과 취재진이 켜놓은 조명으로 낮처럼 환한 모습이었다.앞서 오전 8시 32분 재판 출석을 위해 전씨가 집을 나설 때 보수성향 단체 회원 50여명이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쳤지만, 귀가 때는 비교적 조용했다.한 시민은 전씨가 차에서 내리자 "구속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전씨는 귀가 도중 돌연 목적지를 바꿔 오후 8시 13분 신촌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들렀다가 약 30분 만에 다시 차에 올라 귀가했다.그는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부축 없이 걸으며 거동에는 큰 불편함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자택 앞에서 전씨를 기다리던 취재진은 전씨의 병원행이 알려지자 황급히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경찰은 전씨의 귀가 때도 경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350여명의 경력이 투입된 출석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경력이 투입됐다./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3인, 피고인 신분으로 각각 재판 중MB, 보석으로 풀려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朴, 구치소 수감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하면서 전직 대통령 3명이 동시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받는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됐다.1980년부터 1988년까지 11대·12대 대통령을 지낸 전씨는 이날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지법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다.그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건 23년 만이다.법원에 도착한 전씨는 취재진이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기고 청사 안으로 무심히 들어갔다.그는 우여곡절 끝에 출석한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그의 다음 재판은 4월에 열린다.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사건으로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그는 1심에서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고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그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 결정을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나 자택에 사실상 '연금'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두 전직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자유의 몸'인 반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기소된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재판을 받고 있다.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국정농단 사건보다 뒤늦게 기소된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이 이미 확정됐다.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도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연합뉴스
23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또다시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왜 이래"란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면서 5·18 단체가 분노했다.11일 오후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단체 회원들은 전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나자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전 씨를 재판장에 세우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참고 기다려왔다"며 "전 씨가 재판에 출석해 법의 심판을 받을 것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용서를 빌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이어 "39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광주시민에게 사죄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한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광주시민에 대한 학살을 부정하고 자신의 씻김굿의 제물이라며 오히려 자신이 억울한 희생자라고 망발을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특히 이날 출석하는 과정에서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이 단체들은 "전두환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늘과 같은 역사의 퇴행을 경험하고 있다"며 "오늘의 재판은 단순히 사자명예훼손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광주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다"고 강조했다.또 "광주시민들은 아직도 전두환의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리고 있다"며 "성숙하고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고 밝혔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