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서울시에서 선정한 융자 수행기관을 거쳐 사회적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융자 수행기관으로는 한국사회투자, 한국사회혁신금융 등 비영리법인 10곳이 선정돼 있다. 이들 융자 수행기관이 사회적 기업 등 민간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대출을 심사, 승인한다. 융자 수행기관은 전체 자금의 최소 25%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투입해야 한다. 사회투자기금은 2013년 서울시가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처음 조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 73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공적 기금을 활용한 사회주택 건설 사업은 유럽에서 그대로 들여온 정책이다. 실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는 전체 주택에서 사회주택 비중이 각각 34%와 24%에 달할 정도다. 이들 국가는 거의 100년 가까이 주택협회나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보증과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곳에 달하는 주택협동조합은 사회주택 운영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불과 수년 전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한국과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그럼에도 이들 유럽 국가조차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닌, 사회주택 입주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인해 주거의 질이 떨어지고 공급량이 급감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사회주택 입주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9%에 달한다. 오스트리아는 수년 전부터 건축 개보수를 위한 협동조합 지원액을 10% 줄이고 대신 세입자에 대한 주거 보조금을 약 8% 늘렸다. 임대료를 시세대로 적용해 주택협동조합의 부실화를 막으면서도 입주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오스트리아 정부의 설명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90년 동안 정부가 주택협동조합에 재정 지원을 펼쳤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합이 부실화되면서 민간 재원 조달에 실패하고 대손 비중이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에 따라 중앙사회주택기금과 사회주택보증기금을 설립해 완전히 민영화했다. 이에 따라 임대료도 시세와 동일한 수준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중앙사회주택기금은 사회주택 임대료 수입과 자체 보유 주택의 매각대금 등을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회주택보증기금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가 손실보전 협약을 체결한 덕분에 시중금리보다 연 0.8~1.6%포인트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유럽의 시행착오를 참고해 우리도 사회주택 업체 역량을 높이고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꼼꼼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