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블리블리와 여성복 임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올 들어 출시하는 신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스타일난다와 3CE 등으로 패션업계에서 대박을 친 난다와 비슷하다는 평도 나온다. 패션으로 시작해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급성장하는 모습이 닮았다는 것이다.임지현 상무의 ‘맨파워’가 핵심패션·뷰티기업인 부건에프엔씨는 지난해 매출이 1700억원이었다고 12일 밝혔다. 2017년 매출은 829억원이었다.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많아진 것이다.화장품 블리블리의 성장 덕분이란 분석이다. 부건에프엔씨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복 임블리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턴 화장품 블리블리가 임블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커졌다”며 “물광에센스, 광채쿠션에 이어 인진쑥에센스가 히트하면서 베스트셀러 제품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블리블리의 성장은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가 주도하고 있다. 임 상무는 인스타그램에서만 83만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입은 옷이나 바른 화장품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품절되는 일이 반복될 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셀럽(유명인)’으로 통한다.지난 11일 출시한 인진쑥밸런스샤워필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제품인 인진쑥에센스의 성분을 샤워기 필터로 제조한 이 제품은 판매하자마자 30분 만에 1차 생산량이 품절됐다. 임 상무는 이 제품의 2차 생산분을 예약 주문받는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20여 분 만에 2차 생산분도 예약이 모두 찼다. 블리블리 관계자는 “생산량을 밝힐 순 없지만 기본 생산단위가 1만 개부터”라고 밝혔다.워터물광밤, 인진쑥리턴앰풀 등 임 상무가 소개하는 상품마다 모두 완판됐다. 그는 지난달엔 팬미팅도 열었는데, 팔로어들의 신청이 폭주해 팬미팅 좌석이 1분 만에 매진됐다.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여성복으로 시작해 화장품으로 급성장한다는 면에선 스타일난다와 비슷한 행보”라며 “스타일난다를 창업한 김소희 전 대표가 ‘은둔형 디자이너’였다면 ‘임블리’로 불리는 임 상무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남다른 마케팅이 성장 비결부건에프엔씨는 블리블리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본점,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제주공항 JDC면세점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물론 전국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티몰 글로벌 뷰티 코너에 단독 브랜드관을 열었고,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쇼핑몰 루미네2에도 매장을 냈다. 모두 지난해 벌어진 일이다.중국 일본 유통업체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생긴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부건에프엔씨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한 해 두 번 진행하는 ‘임블리 감사제’에서는 부건에프엔씨 대표 브랜드인 임블리와 블리블리, 남성복 멋남과 여성복 탐나나 등을 할인 판매한다. 여기에 콘셉트에 맞는 옷과 화장품을 함께 큐레이션 해주는 등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도 함께 펼친다. 지난해 12월 연 감사제에선 온라인에서 하루 동안 1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지난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와의 소통과 다양한 콘텐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혁신적 시도로 올해도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자 오스트리아는 자신들이 히틀러의 첫 번째 희생자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실상은 달랐다. 당시 오스트리아 인구 700만 가운데 55만 명이 나치 당원이었다. 오스트리아인은 제3제국 전체 인구의 8%에 불과했지만 나치 친위대 가운데 이들의 비율은 14%에 달했다. 집단학살을 집행한 살인특무부대 구성원의 40%가 오스트리아인이었다. 베를린 교향악단 단원 110명 가운데 8명이 나치 당원이었던 데 비해 117명의 빈 교향악단 단원 나치 당원은 45명이나 됐다. 전범 히틀러와 아이히만을 배출한 나라다웠다. 그런데도 오스트리아는 인구 상당수가 가해자였던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로 탈바꿈했다.1941년 7월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폴란드 북동부 인구 3000명가량의 소도시 예드바브네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유대인 1600여 명이 학살됐다. 놀랍게도 가해자는 독일인이 아니라 오랜 이웃인 폴란드인이었다. 유대계 미국인 역사학자 얀 그로스가 쓴 《이웃들》이라는 책을 통해 이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지자 상당수 폴란드인은 “유대인의 폴란드 때리기며, 폴란드인은 타고난 반유대주의자라는 편견을 증폭하려는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발했다.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쓴 《기억 전쟁》에 실린 이 두 가지 사례는 상식의 허를 찌르며 즉각 뜨거운 논란의 현장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가해자와 공범자, 방관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누가 더 큰 희생자인지를 놓고 희생자끼리, 희생자와 가해자가 경쟁하는 낯뜨거운 현장이다.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비극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를 놓고 ‘기억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기억활동가’ ‘기억연구자’를 자임하는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억 연구’의 중요성이다. 실증적 역사방법론이 문서와 기록을 근거로 산 자가 죽은 자를 심문하고 재단하는 데 비해 기억 연구는 산 자가 죽은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하는 노력이다. 문서와 기록 중심의 공식기억보다 개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적이고 친밀한 영역에 있는 풀뿌리 기억, 즉 증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국가주의적·민족주의적 기억문화와 실증의 이름으로 진짜와 가짜, 가해자와 희생자를 나누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역사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하지만 증언에는 약점이 있다. 기록은 분명한 반면 기억은 흐리고 같은 일을 겪고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런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실증주의를 앞세운 가해자의 역사 부정이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실행했다면 히틀러의 명령이 담긴 문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문서는 한 통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생존자들의 증언이 꾸며낸 얘기라고 주장한다. 일본군이 조선 여성을 연행했다면 명령서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하는데 한 통도 발견된 게 없다며 일본군에 의한 조직적 성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본 측 주장과 판박이다. 증언자의 불확실한 기억, 사소한 팩트(fact)의 차이를 빌미로 가짜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단골 수법이다.그러나 증언은 기록이 담지 못한 생생함이 있다. 저자가 숫자로 가득한 사료보다 개인의 생생한 증언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전범 아이히만을 재판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세계에 중계방송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었다.역사에서 숫자는 ‘누가 희생자인가’란 물음의 답을 구할 때 하나의 근거가 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우리 민족이 더 많이 죽었기에 가해한 민족 혹은 국가에 대해 역사적 우위에 있다는 시각은 수치 중심적 사관의 결과다. 그러나 역사는 도식적 견해로 재단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한국인과 유대인은 피해자, 일본인과 독일인은 가해자라는 단순 논리는 그 안의 개인을 매몰하고 억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이 때문에 저자는 “죄의 유무는 그가 속한 집단이 아니라 인간 개인이 저지른 일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판정해야 한다”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기억 연구와 재현의 국제적 연대에 주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쪽 소도시 글렌데일에 2013년 해외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주민의 40%가 아르메니아인이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인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집단학살 당한 ‘기억’이 있어 한국의 위안부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는 것이다.저자는 “곤혹스러운 과거 앞에 당당한 사람보다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의 기억 문화가 더 건강하다”며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성찰하고 끊임없이 재고해야 할 ‘기억’의 책임이 전후 세대에 있다”고 강조한다.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임블리 팬미팅이 1분만에 1300석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임블리 임지현 상무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83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특히 패션기업 부건에프엔씨(주)의 여성 브랜드 임블리를 이끌고 있다. 여성 쇼핑몰 브랜드 임블리는 스타일 난다, 난닝구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형 스트리트 패션 업체로 꼽힌다. 임블리는 임지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의해 탄생했다. 한편 임블리는 지난 2013년 문을 연 이후 2014년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입점해 10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임블리 외에 현재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도 운영 중이다. 또한 5월에 열린 5주년 행사 당일에 온라인에서만 단 하루 37억의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시그니처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VELY VELY)는 올 한해 ‘면세점 유통 3사(롯데, 신라, 신세계) 베스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에서도 약 15만 명에 이르는 웨이보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이다. 현재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티몰 글로벌에도 의류 브랜드 임블리와 시그니처 코스메틱 브랜드 블리블리가 입점돼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블리는 침체된 패션 시장 분위기에서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6년도 721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임블리 팬미팅은 오는 27일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120분간 진행되며 티켓 금액은 1만2000원이다.임블리 측은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은 국내 아동 수술비 지원 등에 쓰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