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7000여개 의료·간호용어 국내 첫 표준화

5000병상 빅데이터 한번에 얻는 새 병원정보 시스템 상반기 도입

환자 맞춤형 빅데이터 활용
의료 AI프로그램 만들기 쉬워져
獨·스위스 등에 시스템 수출 추진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교수(왼쪽)가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소개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교수(왼쪽)가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소개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대학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3만7000여 개의 의료·간호용어를 표준화한다. 표준화안은 마련됐고 두 의료원의 내부 시스템을 바꾸는 단계만 남았다. 서로 다른 국내 대학병원이 질환 코드와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 빅데이터 연구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평가다.

5000병상 빅데이터 분석 기반 마련

고려대의료원·삼성서울병원, 정밀의료 빅데이터 연구 첫걸음 뗐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내부 의료정보시스템(EMR) 등에서 의사 간호사 등이 사용하는 용어 표준안을 마련했다. 이상헌 고려대의료원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지난해까지 두 의료원에서 사용한 용어를 분석해 99% 표준화했다”며 “올 상반기 중 고려대안암병원부터 새 용어를 사용하는 P-HIS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표준화 작업에는 고려대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의사, 간호사들이 참여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려대안암병원부터 표준화된 용어를 사용하고 내년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4개 병원이 새 시스템을 사용하면 5000병상 규모의 서로 다른 대형 대학병원 빅데이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게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질병용어 및 코드는 세계보건기구(WHO) 표준지침을 기반으로 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따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모두 KCD 데이터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하는 모든 질환을 이 코드로 정의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 생긴 폐렴(원내 폐렴)은 KCD 분류로는 상세불명의 폐렴(J18.9)에 속하지만 J18.9 코드가 모두 원내 폐렴은 아니다. 병원들은 내부 약속에 따라 KCD 코드 뒤에 알파벳이나 숫자 등을 넣어 세부 질환을 따로 정의한다. 여러 병원의 빅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데이터 정제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표준화 작업을 맡은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내분비내과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의사 수십 명, 간호사 150여 명이 참여해 표준안을 마련했다”며 “단순한 용어뿐 아니라 간호 서비스 수준도 표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빅데이터 분석 시간 5분의 1 이상 단축

두 기관이 용어를 통일하기로 한 것은 P-HIS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P-HIS는 병원 내부 서버에 각자 보관하고 있는 의료정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시스템 개발은 삼성SDS가, 클라우드 서버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운영한다. 시스템이 안착되면 환자 맞춤형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것이 한결 쉬워진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지난해 SK C&C와 항생제 처방에 도움을 주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1000병상 규모 고려대안암병원에서 10년치 데이터를 모아야 했다. 이를 위해 전문의 1명이 1년 반 동안 내부 EMR 정보를 수집했다. 시스템이 안착돼 5000병상 데이터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게 되면 산술적으로 2년치 데이터만 모으면 된다. 정보 수집에 드는 시간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단장은 “지금 사용하는 EMR은 환자 치료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데이터 학습에는 충분하지 못한 자료가 많아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P-HIS는 정밀의료 분석을 염두에 두고 구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적게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두 개 병원만 더 참여해 1년치 자료를 모으면 AI를 학습시키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가 직접 의료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쉬워진다.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진료·수술기록, 투약정보, 약 복용기록 등을 언제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중복 투약을 막거나 응급상황 때 의식 없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한결 쉬워진다. 이 단장은 “국내 병원뿐 아니라 독일, 스위스 등과도 시스템 수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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