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젊은 사무관 손에서 국가 중요 정책이 시작됩니다. 그들에게 정무적 감각을 요구하면 손해는 국민이 봅니다.”(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사무관이 장관까지 치고받으면서 시야를 키워야 합니다. 장관은 세종시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해야 합니다.”(전직 경제부처 장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바라보는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은 후배 사무관들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전직 장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청와대와 국회의 일방적 업무 지시, 선·후배 공무원 간 소통 부재 등을 지목했다. 이대로라면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게 장관들의 우려다.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우선 “특정 정책은 담당 사무관이 가장 잘 안다”며 “3년차냐, 10년차냐가 아니라 사무관의 말이 맞냐, 틀리냐 팩트만으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앞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만 3년 정도의 신참 사무관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업무 내용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최근 사무관 사기가 너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정책을 주도하고, 국회에서 모든 게 바뀌니 사무관들에게 예전 같은 사명감이 있겠느냐”고 했다. 과거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지시엔 버티기도 하고, 반대 목소리도 냈는데 지금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식이라는 것이다. 근본 배경엔 현 정권의 ‘적폐 청산’이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지적이다.

최 원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적자국채 추가 발행 이유로 ‘정무적 고려’를 제시했다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선 “특정 지표(국가채무비율)를 위한 정무적 고려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공무원의 정무적 감각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부처 수장을 맡았던 A장관은 ‘소통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예전엔 장관이 필요하면 바로 담당 사무관을 불러 묻고, 사무관이 대들기도 하면서 정책이 형성됐다”며 “지금은 장관 이하 과장급 이상 상층부는 다 서울에 있고, 사무관만 세종에서 서류 작업을 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선·후배 공무원 간 끊임없는 피드백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A장관은 “장관들이 세종에 머물며 야전 지휘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장관들이 서울에서 국회와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며 “세종에서 사무관들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시야를 더 넓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경제부처 장관도 “이번 일로 공무원 간 소통이 오히려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