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은 자전거 단속원?…구청 공문에 뿔난 경찰
서울시가 2019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경찰관을 한강 주변 등에 배치해 자전거 단속을 시키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작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서울시는 최근 자치경찰제 시행과 관련해 협조할 업무를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각 구의회 사무국 등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개선 예상 분야 사례가 담겨 있는데 교통질서 유지, 택시 승차거부 단속 등 현재 구청이 책임지는 업무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구는 한강이나 정릉천 등 하천 주변에 자치경찰을 배치해 자전거도로 내 사고를 예방하고 여름철 집중호우 또는 태풍 예보 등으로 출입 통제가 필요할 때도 자치경찰과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B구는 또 “주정차 금지구역에서 피단속인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자치경찰과 합동 단속을 해 담당 공무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택시 승차거부,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등도 자치경찰과 협업할 주요 업무로 제시했다. 택시기사와 체납자의 강력한 저항으로 단속 공무원의 신변이 위험하단 이유에서다.

일선 경찰관은 이를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지역자치단체에서 자치경찰을 심부름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금도 오후 6시만 지나면 주정차위반 민원 업무를 경찰에 떠넘기는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아예 대놓고 힘들고 귀찮은 일은 죄다 경찰에 미루겠단 얘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공문은 예시일 뿐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9년 말 자치경찰제를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국가경찰의 36%가량인 4만3000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