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현금 살포식 복지 사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복지 확대 사업이 1022건에 이를 정도다(한경 12월17일자 A1, 5면). 사회보장법에 따라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확대하려면 복지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복지부의 견제 기능이 약화돼 지자체의 방만 재정 운용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자체들의 복지 사업은 각종 수당, 연금 등을 명목으로 이름만 조금 다를 뿐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특정 지자체에서 도입하면 비슷한 정책들이 다른 지자체로 금세 퍼져나간다. 그러다보니 광역·기초 지자체 간 중복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중앙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도 겹친다. 복지 재원의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나라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종합적으로 조정, 견제해야 할 복지부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말 ‘사회보장제도 운용지침’을 변경할 때 ‘복지사업 부동의(不同意)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협의를 요청한 사업에 대해 기존 지침엔 복지부가 ‘동의’ 또는 ‘수정·보완’, ‘부동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새 지침에서 ‘부동의’ 항목을 뺀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복지부는 지자체들의 온갖 복지정책을 그대로 허용하는 ‘통과의례 기관’으로 변질됐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지자체에 돈과 권한을 대폭 넘기는 ‘재정 분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곳간에 돈이 들어오면 포퓰리즘은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복지부의 ‘부동의권’을 되살리는 등 중앙정부의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돈과 권한을 줬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