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3년간 약 153조원을 쏟아부은 출산 복지 정책이 ‘합계출산율 1.0명 붕괴’라는 실패로 끝나게 됐다. 정부는 ‘출산율 1.5명’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기존 정책을 재정비해 연간 출생아 수 30만 명대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드는 데 이어 2021년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 모든 아동에게 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 시술비 본인부담률(30%)을 더 낮추기로 했다.

올해 출산율 1.0명 붕괴 확실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재정비한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3차 계획에 있는 과제 총 194개 중 35개 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각 부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세 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높이는 데 힘썼다. 3차 기본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출산율 1.5명’을 달성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올해까지 13년간 들인 돈은 약 152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무상보육 등 복지 확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저출산위는 올해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출산율 1.5명 목표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출생아 수가 30만 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올해는 32만 명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년간 153兆 쓰고도 '출산율 1.0명' 붕괴…정부 '1.5명' 목표 포기
출산·양육비 더 줄여준다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제로화’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최저 5%로 낮추고, 임신·출산 진료비에 쓰는 ‘국민행복카드’ 한도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2021년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 모든 아동으로 지원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 시술비 본인부담률(30%)을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만 45세 미만)은 높인다.

아동수당도 확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6일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만 6세 미만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아동수당을 더 늘릴 방침이다. 2021년 이후엔 다자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 건강보험료는 최저보험료(직장가입자 기준 월 9000원)만 부과할 방침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에서 내년부터 300인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자리 확대 등 근본 대책 마련돼야

고령사회 대책은 기초연금 인상 등 노후소득 보장 강화 중심으로 마련됐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월 25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021년까지 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근로자가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고용 연장 조치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일각에선 이번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역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가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담보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 주거여건 개선, 보육시설 확충 등 근본적 대책 마련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경제를 잘 돌게 하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