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원과 경찰견이 물속에 빠진 시신을 찾아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경찰특공대원과 경찰견이 물속에 빠진 시신을 찾아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 6월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을 찾는 데 경찰견 8마리가 투입됐다. 매봉산 정상 부근 풀숲에서 한 체취증거견이 짖었다. 투입 3일 만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유기된 지 오래됐고 현장에 다른 수색요원들의 체취 등이 뒤섞여 냄새가 희미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수색에서 경찰견이 중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1월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경찰견은 100마리 정도다. 이 중 16마리가 체취증거견이다. 이들 경찰견은 후각을 활용해 시신 수습, 화재위험 탐지, 마약 탐지, 인명구조 등 경찰 수사에 폭넓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경찰견은 205회 출동해 수사에 힘을 보탰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체취증거견인 ‘미르’가 작년에 찾아낸 시신만 15구다. 개의 후각 세포는 인간보다 44배 발달했다. 경찰에서는 냄새를 기계로 탐지하는 방안도 연구해봤으나 개보다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없었다. 경찰견이 후각탐지에는 최고라는 설명이다.

새로운 탐지방법도 발굴 중이다. 경찰청은 이달 경찰견 수상탐지 훈련을 벌였다. 물속에 빠진 시신을 찾아내기 위한 훈련이다. 시신이 물속에서 부패하면 가스가 발생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보트를 타고 물 위를 돌아다니다 냄새를 맡은 경찰견이 짖으면 시신을 찾는 식이다. 경찰견 수상탐지 훈련에 성공하면 수중 시신을 수습하는데 인력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당장 현장에서 활용하긴 어렵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탐지방법을 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견은 엄격한 기준을 갖고 뽑는다. 훈련에 잘 따르고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지능과 신체조건이 우수해야 함은 기본이다. 혈통도 본다. 의외의 조건 중 하나는 ‘욕심’이 있는 개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수사관리관실 관계자는 “보상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탐지 동기 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주로 셰퍼드, 래브라도레트리버, 말리노이즈가 경찰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토종 진돗개는 충성심이 너무 강해 경찰견으로 활약하기 어렵다. 개를 훈련시키는 ‘핸들러’가 바뀌면 이전 핸들러를 잊지 못해 지시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우수한 경찰견을 복제한 뒤 복제견을 경찰견으로 다시 선발하기도 한다. 사람에 비해 활동주기가 짧아 우수한 경찰견이 있어도 현장에서 오래 뛰지 못해서다. 경찰견은 통상 10~11세가 되면 체력이 떨어져 은퇴한다. 은퇴한 뒤에는 일반분양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에서 경찰견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어 경찰견 선발과 훈련 등에 예산과 인력을 늘리기 위해 경찰청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