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탄핵' 후폭풍…쪼개지는 법원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동료 판사 탄핵 촉구안’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판사들이 실명을 걸고 법관회의 결정을 맹비난하거나 적극 옹호하는 등 극단적으로 맞서는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김태규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사진)는 23일 ‘전국법관대표회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나흘 전 회의에서 이뤄진 탄핵 의결은 내용과 절차, 성격 그 어느 것에서도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라며 “그러한 의결에 이른 법관회의의 탄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법관회의는 지난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와 의견을 나눈 행위는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헌법 위반 행위”라며 찬성 53표, 반대 43표, 기권 9표로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재판도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증거 한 번 제대로 살피지 않고 두세 시간 회의 끝에 유죄로 평결했다”며 “법관의 비위가 금고 이상 형을 선고할 정도라면 그때 가서 파면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법관은 분명한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동료를 탄핵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해 달라”고 강조했다.

소장파 판사들의 뜻을 자주 드러내온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김 부장판사의 주장을 “억측이며 모욕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류 판사도 법원 인트라넷에 글을 올려 “찬성 표결에 참여한 법관대표들이 위헌적이거나 위법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해 행동했다고 본다”며 “어떤 근거도 없이 특정 연구회 회원이라서 또는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찬성했다고 하는 억측은 위험하고 모욕적인 언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영한 전 대법관(63)은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