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재직 시절 “시간의 70%를 핵심 인재를 찾는 데 쏟는다”고 말할 만큼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주에 있는 GE 크로톤빌연수원으로 인재 양성의 산실로 손꼽힌다.  /GE코리아 제공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재직 시절 “시간의 70%를 핵심 인재를 찾는 데 쏟는다”고 말할 만큼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주에 있는 GE 크로톤빌연수원으로 인재 양성의 산실로 손꼽힌다. /GE코리아 제공
‘우수한 인재가 1000명,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기업 회장의 한마디가 미디어를 도배하면서 국내 기업의 인사부서에도 핵심 인재 선발 및 관리(top talent management)에 대한 광풍이 분 것이 이미 15년 전이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재직 시절 본인 시간의 70%를 차세대 핵심 인재를 찾는 데 쏟는다는 명언도 굳이 HR을 담당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현재 기업의 핵심 인재 관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그 효과성이 측정되고 있는가. 핵심 인재 관리에 관한 세 가지 질문을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과연 누가 핵심 인재인가’다. 한 기업의 핵심 인재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좀처럼 시원한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일부 기업은 회사 임원들과 장기 고성과자가 핵심 인재라고 답하고, 또 어느 기업에서는 선정은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는 응답도 종종 듣는다. 다른 시각으로는 외부에서 그럴듯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면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로 선정되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사실 핵심 인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은 바꿔 이야기하자면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 비즈니스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고자 하는가’로 해석해야 한다. 급변하는 경쟁환경,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변화의 시기 속에서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 성장을 거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따라 핵심 인재가 달라져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기업가와 최고경영자(CEO)가 고민하는 단 하나의 절대 명제. ‘어떤 비즈니스를 수행해야 지속 성장하는가.’ 이에 따라 꼭 성공시키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사람이 핵심 인재로 정의돼야 핵심 인재는 비로소 그 진정한 자리를 찾게 된다.

회사마다 핵심 인재의 기준이 다르다
#사람 중심인가 직무 중심인가

두 번째는 ‘한 기업에서 핵심 인재는 어떻게 선정되고, 또 채용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단일 인사업무로는 가장 극명하게 사람 중심 인사와 직무 중심 인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영역이 바로 핵심 인재 선발이다. 특히 사람 중심 인사를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다분히 사람에 초점을 맞춘 핵심 인재 관리를 보여준다. 최고 수준의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했고, 어떤 직무를 경험했는지가 핵심 인재 확보·선발에 중요한 점이다. 선진사에서 경험한 시간들이 역량으로 쌓였을 것이고, 이것이 개인에게 전수됐다는 전제를 한다. 나아가 그렇게 배운 역량과 기술이 우리 회사에서도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중심이다 보니 이런 사람을 얼마나 채용하느냐가 주요 관리 포인트(KPI: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된다. 특히 이런 핵심인재 확보가 주요 경영진이나 CEO의 성과 지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연말이 되면서 CEO와 인사 임원은 이를 찾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반면 직무 중심 인사를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각 회사가 중점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영역을 선정하고, 나아가 이를 수행할 핵심 직무를 천명한다. 이 핵심 직무에는 그 직무의 영역과 올 한 해 달성해야 할 목표도 구체화돼 있는데, 이 목표들을 잘 수행해 나갈 만한 사람이 핵심 인재로 선정되는 것이다. 구글의 성과관리 체계로 유명한 OKR(Objectives & Key Results)은 그 운영 방식보다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누구나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일이 올해 중점 추진 과제인지 알게 해 조직의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정렬을 이루도록 하고자 함이다. 이렇게 한 해 중점 비즈니스와 이를 수행할 자리들을 선정하고 이 자리를 훌륭히 수행해 나갈 사람을 핵심 인재로 선정하는 접근 방식은 핵심 인재 보상, 유지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는 ‘핵심 인재 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내부 인재를 어떻게 핵심 인재로 선발하고, 외부에서 어떤 사람을 핵심 인재로 채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인사의 끊임없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우리는 다시 앞에서 언급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가.’ 이에 따라 필자는 아래와 같이 핵심 인재 관리의 영역이 나뉜다고 생각한다.

# 혁신의 시대 인재관리 전략은

지금 수행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지속 성장이 가능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핵심 인재를 내부에서 어떻게 선정하고 양성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다른 경쟁사로부터 뺏기지 않기 위한 유지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반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는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황이라면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수많은 국내 기업이 지난 십수 년간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성장의 핵심으로 둔 경험 때문에 핵심 인재 관리라는 인사 업무는 통상 선진사로부터 핵심 인재를 영입해 오는데 열과 성을 다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기업이 혁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모든 기업이 변화와 도약을 꿈꾼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던 사업의 일부를 뜯어고치는 일이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영역이건 한 기업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싸고 빠르고 혁신적인 방법은 핵심 인재를 채용해 사업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오래된 예이기는 하나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반도체 사업의 시작은 15조원이 넘는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던 최고 수준의 한국인 기술자인 진대제 전 장관, 황창규 KT 회장, 권오현 회장을 영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심 인재라는 문제는 감히 지금 이 시대에 모든 기업가, CEO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반면 지금 핵심 인재를 대하는 인사의 오늘은 어떤가. 핵심 인재 확보의 숫자에 연연하고, 차세대 리더 과정이라는 사내 명품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사람의 규모를 헤아리며 ‘인사를 위한 인사’ ‘인사를 위한 핵심 인재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사가 자신 있게 핵심 인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는 무엇이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비즈니스와 협업하는 새로운 시대의 핵심 인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현수 < 로레알코리아 인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