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 시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3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당초 ‘9개 구 시범운영’ 방침에서 ‘25개 구 전면 확대 시행’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연간 7000억원을 투입해야 할 무상급식 재원 마련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서울 모든 高3생에 무상급식…예산은?
25개 구로 전면 확대

박원순 서울시장과 25개 구 구청장,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1일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위한 합동협약을 맺었다. 기존에 무상급식을 도입하기로 했던 9개 구에서 서울 시내 모든 자치구로 확대하는 내용의 협약이다. 내년에 이어 2020년에는 고교 2학년, 2021년에는 고교 1학년이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된다. 2021년부터는 서울 초·중·고교 전체가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고교 3학년 무상급식 시범 사업에 중구·성동구·동대문구·중랑구·강북구·도봉구·동작구·관악구·강동구 등 9개 자치구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고3 무상급식에는 많게는 2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 재정 여건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자치구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빠진 고교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자치구들이 잇따라 참여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지원하기로 한 자치구도 기존 11개에서 16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립초 1곳, 사립초 35곳, 영훈국제중 등 총 37개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한다. 내년에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국립초(1곳)·사립초(4곳)·국제중(1곳)은 모두 6곳이다. 기준 급식단가는 공립 초등학교 3628원, 국립·사립 초등학교 4649원, 중·고등학교 5406원이다.

교육부와 사전 협의 안 해

무상급식에 투입되는 내년 예산은 총 5682억원이다. 서울교육청이 50%(2841억원), 서울시가 30%(1705억원), 자치구가 20%(1136억원)를 부담한다. 앞으로 서울 전체 초·중·고교가 무상급식을 도입하면 매년 약 7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같이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고교 무상교육에 급식을 포함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교육부 지원이 필수지만 교육부는 지원 계획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에 무상급식을 추가할 계획이 없고, 시·도교육청과 지자체에서 각자 재원으로 진행해 온 고유사무이기 때문에 지원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에 맹점이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제 초·중학교 무상급식이 전국적인 수준으로 확산돼 80%에 이르고 있다”며 “구청들의 예산 문제도 국가 수준에서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산 편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25개 전 자치구에서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해 큰 결심으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