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이하 공교사)는 조종사를 제외한 연간 2만여 명의 공군 장병을 양성하는 곳이다. 1988년 대전에서 진주로 이전한 지 30년을 맞은 올해 공교사는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항공우주학교를 신설해 우주관찰·드론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관련된 전문 장병 양성을 준비 중이다. 공군의 콘텐츠 핵심기지로도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이나 무크(MOOC·온라인 지식공유 플랫폼)처럼 공교사의 교육 플랫폼에 접속함으로써 말단 부대들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최현국 사령관 "공교사를 콘텐츠 핵심기지로…공군형 '무크' 만들 것"
이 같은 변화를 가져온 주인공은 최현국 공교사 사령관(중장·사진)이다. 제16 비행훈련단장을 지낸 뒤 합동참모본부에서 인사부장, 연습훈련부장 등을 거쳐 작년 9월 공교사로 자리를 옮겨 공군 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우선 정신교육이란 말 자체를 없앴다. 대신 통합인성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 사령관은 “국가는 청년들에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하지만 과연 국가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자문해봤다”며 “군에 입대하는 것만으로 인센티브(혜택)를 받게 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병들의 수요에 맞는 통합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대규모 설문조사도 착수할 계획이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6개 기관과 제휴를 맺었다. 약 2만 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국가관, 윤리관, 도덕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3군을 통틀어 최초다. 정부의 국가직무능력표준(NSC) 체계를 활용해 공교사 예하 기술학교를 다닌 것만으로도 국가공인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 사령관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교육 인프라’ 개선이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설득해 전자책과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술을 전수받았다”며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각종 훈련용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전국의 말단 부대까지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사이버 군사학교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신형 전투기를 도입할 때 고가의 훈련기를 운용하는 대신 가상현실 등의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1년 설립을 목표로 항공우주학교 부지도 잡아놨다. 민·군 합동으로 진주·사천시 일대를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한 시도다. 사천시엔 한국항공우주(KAI) 본사가 있다.

공교사의 ‘교육 실험’은 상위 부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 사령관이 2024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공교사 중기발전계획은 공군참모총장의 재가까지 받았다. 사령관이 바뀔 때마다 화려하게 계획만 짜놓고, 정작 실행은 뒷전인 구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최 사령관은 “급변하는 첨단 기술 시대에 군대의 교육만 정체돼 있다”며 “이번 공군의 교육·훈련 개혁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만큼 100%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군의 변화를 위해선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