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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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김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오는 19일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 4월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08__hkkim)이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은 해당 계정주가 과거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네티즌들이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 등의 단서를 찾아 상황이 '혜경궁 홍씨'(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와 비슷하다며 이에 빗대 부른 것이다.

여기에 김씨와 이 계정 소유주의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가 '44'로 일치하는 데다, 메일 아이디도 각각 'khk****00'과 'kh*******'으로 유사하다는 점도 네티즌들이 '혜경궁 김씨'가 실제 김씨 아니냐는 의심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서울 태생인 김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 85학번으로, 1990년 이 지사와 연애를 시작해 1991년 결혼식을 올리고 1992년과 1993년 연년생인 두 아들을 낳았다. 김씨의 어머니와 이 지사의 셋째 형수가 종교활동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처음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 이재명', '정치인 이재명'의 부인으로 살다가 김씨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다.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과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 씨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소속 공무원들에게 친형 이재선 씨에 대해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대면상담 절차가 누락돼 있는데도 관계공무원에게 강제입원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주영아 전화 좀 받아라. 미안하지만, 아침 일찍 작은 엄마가 너의 문자를 봤는데 작은 엄마가 무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그러냐"며 "길거리 청소하는 아줌마한테도 그 따위 문자는 안 보내겠더라. 네가 집안 어른을 어떻게 봤길래 XX나, 너나 집안의 노숙자 부부한테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전화 매너를 갖고 있냐"고 했다.

또 "너가 엄마 아빠 입장에서 생각할 것 같아 얘기 안 해준다고 했지 않냐. 니네 엄마한테 들으라고"라며 "니가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냐? 니가 그렇게 판단한 것 까지는 괜찮아다. 그런데 어떻게 그따위 문자를 보낼 수 있냐. 내가 집안 어른 아니냐? 그래도"라고도 했다.

지난 8월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 씨의 딸 주영씨는 자신의 SNS에 이 지사가 자신의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김씨라고 결론을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지사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상황에서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도덕성과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와 김씨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도덕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다면 여론이 급격하게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는 이날 경찰 발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합니다.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습니다.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습니다."라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