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논란 관련 경찰 출석한 김혜경씨 (사진=연합뉴스)
'혜경궁 김씨' 논란 관련 경찰 출석한 김혜경씨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망신주기 수사',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 부득이 수사경찰과 지휘라인을 고발인 유착, 수사기밀 유출, 참고인 진술 강요, 영장신청 허위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지난 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백종덕 변호사가 수원지검에 분당경찰서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며 한 얘기다.

경찰이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 관련 업적 과장', '검사 사칭' 등 3건의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데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고발 결심은 실행되지 못했다.

고발장을 제출하러 수원지검에 도착한 백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고발을 하지 말아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당의 공식요청을 대승적차원에서 수용한다"면서 고발을 철회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강력히 고발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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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지사의 '경찰이 자신과 관련한 사건에 결론을 미리 내놓고 조작과 직권남용을 일삼는다'는 생각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를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2018년 4월 9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던 전해철 후보 측에서 '혜경궁 김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공론화 됐다.

트위터 아이디의 이니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재명 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혜경궁 김씨' 계정 활동으로 인해 자신이 도움을 받기는 커녕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과 부인이 자신의 이니셜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공개해가며 악성 글을 쓸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들며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의 계정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맞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

혜경궁 김씨의 4만여건 트윗을 조사한 경찰이 김혜경씨가 주인공이라고 본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는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다.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 뒤 이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어떻게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직접 나서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먼저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검찰과 경찰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부인 김혜경 씨와 '혜경궁 김씨' 연관성을 부인해 온 탓이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 측 변호인 또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나. 추론에 불과하다"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경찰 조사에 대해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됐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국가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재명에 관한 한 누구는 명백한 허위라도 착각했다면 무혐의지만 이재명 부부는 정황과 의심만으로도 기소의견이다.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민생을 책임지는 지역의 경찰 공권력을 일체 부인하고 비난하는 고위 공직자의 모습을 봐야 하는 민망함은 국민들의 몫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