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면서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햇볕을 많이 쬐지 못하면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고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한다. 대부분 잠깐 우울감을 호소한 뒤 증상이 나아지지만 2주 넘게 무기력감 등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공황장애 고백 등이 이어지면서 정신과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가을을 맞아 정신질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2주 이상 무기력하면 우울증, 업무 실수 잦으면 성인 ADHD 의심을
환자 늘어나는 정신과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신과를 찾는 환자도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진료과는 정신건강의학과다.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70만 명 정도다. 병원 방문을 꺼리는 환자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주 넘게 일상생활에서 흥미와 즐거움을 잃어버려 무기력감이 지속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세로토닌 감소 등과 같은 유전적 원인도 영향을 준다. 식욕이 떨어지고 불안해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죄책감이나 절망감 등을 심하게 호소한다. 갑자기 수면량이 크게 줄거나 느는 것도 우울증 증상이다. 심하면 자살 충동으로 악화된다.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 늘기도 한다.

우울증은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주변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가 고민을 털어놨을 때 ‘왜 그렇게 생각하냐’ ‘의지를 갖고 해결해라’ ‘즐겁게 생각해라’라고 조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가 마음의 문을 닫게 한다.

우울증은 상담치료, 약물치료, 정신치료 등을 활용한다. 상담치료는 환자 상태를 바로 잡는 인지행동치료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한다. 2주 넘게 약물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조증이 함께 나타나는 조울증

우울증과 조증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는 조울증으로 분류한다. 100명 중 1명꼴로 경험하는 기분장애다. 조증일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일을 벌이다가 우울증일 때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우울증보다 더 위험하다. 뇌의 기분조절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조울증이 생긴다. 기분 흥미 의욕 등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 물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다. 조울증이 있으면 대부분 성격적 결함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우울증 환자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우울증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한다. 부모가 아이의 극단적인 기분 변화를 이해하고 파악해야 한다. 약물 및 정신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으로 불려온 조현병은 신경전달 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다양한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망상, 환청 등도 주요 증상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에 주로 생겨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항정신질환약물을 이용해 신경전달 물질 불균형을 잡는 약물치료를 주로 한다. 이상민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은 조기 치료 시 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며 “수면제나 안정제를 복용하지 말고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환자 급증하는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환자가 급증하는 질환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공황발작이 일어난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극도로 숨이 차 호흡곤란도 호소한다. 위기 상황에 놓이면 인체는 불안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포 반응을 한다. 그러나 공황장애 환자는 뇌의 위기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될 평범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공포 반응을 한다. 불안 때문에 응급실을 자주 찾지만 검사를 해봐도 정상으로 나온다. 환자들은 ‘죽을 것 같은 공포’를 호소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를 겪은 뒤 어지럽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 미칠 것 같은 극단적인 느낌을 호소하는 증상이 지속되면 공황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활용한다. 증상이 나아졌더라도 1년 넘게 복용해야 한다.

성인 ADHD도 주의

젊은 나이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건망증을 호소한다면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편을 느끼거나 주변에서 병원을 가보라고 권유해 치료받는 환자가 많다. ADHD 환자는 여러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한두 가지를 빼먹는 일이 다반사다.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사항도 반복해 실수한다. 일을 미뤘다가 처리하고 빠르게 끝낼 일도 집중하지 못해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이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스스로 위축되고 의욕이 꺾여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2주 이상 무기력하면 우울증, 업무 실수 잦으면 성인 ADHD 의심을
ADHD는 아동·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환자 상당수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최근에는 ADHD가 많이 알려졌지만 30대 이상 성인은 어릴 때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주의력 부족 증상만 호소하는 조용한 ADHD 환자는 성인이 돼서도 질환이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충동 소비, 잦은 분노 폭발, 자해, 음주 등도 성인 ADHD 환자가 호소하는 흔한 증상이다.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 ADHD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면 부주의 증상뿐 아니라 우울증, 수면문제, 충동 조절 어려움도 함께 나아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민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