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8년 만에 배상금을 받았다.1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증권은 최근 도모씨 등 개인 투자자 17명에게 원금과 이자 등 34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도씨 등 투자자들이 도이치은행과 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양측에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도이치증권은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10분 전 2조4400억원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금융감독원은 도이치증권이 시세조종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판단해 2011년 1월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1심 법원은 2016년 박모 도이치증권 상무에게 징역 5년, 도이치증권 법인에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도씨 등은 23억9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가 이겼지만 2심은 배상 청구권 소멸을 이유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7월 투자자들이 도이치증권 임원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민주노총, 방북 불허에 반발…탄력근로제 확대·총파업도 변수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가 갈수록 삐걱거리는 양상이다.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민주노총은 1일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상균 전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관계자 4명에 대한 정부의 방북 불허 결정을 '탄압'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다.당초 민주노총은 오는 3∼4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민화협 공동행사에 30명의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선별적 방북 불허에 반발해 나머지 인원도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북측 노동계가 남북 공동행사를 계기로 개최할 예정이던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 노동자회'와 남북 노동자 대표자회의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커졌다.정부가 민주노총 관계자의 방북을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 6월에도 정부는 평양에서 열린 6·15 민족공동위원회에 참가하려고 했던 엄미경 통일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관계자 5명의 방북을 불허했다.정부의 방북 불허로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이 남북 공동행사에서 배제된 모양새가 된 것은 정부와 민주노총의 노·정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문제는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더 남아있다는 점이다.정부가 검토 중인 탄력근로제 개선 방안과 민주노총의 11월 총파업이 대표적이다.정부는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을 위해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경영계가 요구해온 것으로, 노동계는 노동 강도를 높이고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최근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밀어붙일 경우 노·정관계는 지난 5월과 같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당시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민주노총이 추진하는 총파업도 노·정관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민주노총은 '적폐 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 대개혁'을 내걸고 오는 21일 전 조직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계획 중이다.이낙연 국무총리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에 대해 "국민의 걱정이 크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고, 이해찬 대표도 김명환 위원장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총파업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민주노총이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가고 정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노·정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포함한 핵심 사회 문제를 풀어나갈 방침인데 민주노총의 참여를 끌어내는 과제가 남아 있다.민주노총은 지난달 1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돼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그러나 연말을 거치며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는 기류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정기 대의원대회가 또 무산되거나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노동계 관계자는 "양대 노총의 한 축을 이루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면 경사노위에서 만들어질 사회적 합의의 무게감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대법원 판결 환영…"판결 취지에 맞는 대체복무 마련" 촉구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병역거부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람들도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병역 거부자들은 "14년 만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병역 거부자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종교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손 모(37) 씨는 "범법자가 되지 않고 종교를 믿을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손씨는 신체검사결과 4급 판정을 받아 자연휴양림에서 복무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는 4주 군사훈련이 포함됐다.결국 그는 군대 입영을 거부했고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그는 "예수그리스도가 알린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라면 또 다른 신도들을 상대로 총을 들고 죽이면서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며 "총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나는 이미 감옥에 다녀왔지만, 오늘 판결로 병역 거부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종교적 병역거부뿐 아니라 전쟁 반대 등 비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도 이번 판결을 반겼다.이날 대법원 판결을 직접 방청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 박상욱(25) 씨는 "14년 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을 생각하면 오늘 원심 파기 선고는 커다란 진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지난해 6월 28일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고 올해 9월 출소한 박 씨는 "한 대법관은 '양심이란 착하고 나쁜 개념이 아니라 침해당했을 때 자아가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제는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명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해 4월 군대 입영 거부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 진행 중인 홍정훈(28) 씨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다.홍씨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 행위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평화적 신념'으로 군대 입영을 거부했다"며 "군대라는 공간에서 무기를 들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입영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인정하지 않았던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인정해준 것"이라며 "이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어 "평화를 지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군대에 가는 분들의 선택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선택과 똑같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선택도 똑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병역 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 마련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양심적 병역거부로 2006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이듬해 10월 출소한 이용석(38) 씨는 "늦었지만 아주 반길 만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그는 "이제는 한국사회가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논쟁을 떠나 어떤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대법원 취지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현역 군인과 병역 거부자,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실현과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대체복무는 비군사적인 업무여야 하고, 철저하게 공적인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기간도 예외적인 사안에서는 길게 할 수 있겠지만, 군 복무 기간의 1.5배가 넘으면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2009년 1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마친 뒤 양심적 병역 거부자 징병 문제를 연구하는 배승덕(35)씨 역시 "국민 여론조사를 봐도 대체복무 도입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는 답변 비율이 70% 정도에 이른다"며 "사법부에서 결단을 내린 만큼 미뤄오던 대체복무제 논의도 진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