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입안자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당·정·청에 보내는 경고음이 점점 더 긴박해지고 있다. 김 부의장은 지난주 페이스북에서 “경제 위기 조짐이 어른거리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붕괴 조짐, 멈출 줄 모르는 투자 감소세, 심상치 않은 수출, 자산시장 불안 등 총체적 위기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경고여서 더욱 주목된다.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이끄는 그가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비판적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노동시장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지난 5월엔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며 정부·여당의 안이한 경기 판단에 일침을 놓았다. 지난 8월엔 대통령 면담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몰되지 말라”며 정책 선회를 권고한 바도 있다.이렇게 김 부의장은 수차례 공개적으로 비판과 우려를 토로했지만, 이번 글은 더욱 비장하게 들린다.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 샘을 깊이 파지 않고, 바람막이나 설치하고 양수기나 동원하려고 하는데, 이는 임시방편일 뿐”, “내년에 더 강한 외풍과 더 지독한 가뭄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려고 이러고 있나” 등의 대목에서 노도같이 밀려오는 파국을 직감한 듯한 노(老)경제학자의 절절함이 느껴진다.김 부의장 말마따나 정부는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와중에도 문제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고 미봉책을 내놓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민간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혁신과 창의를 북돋는 정책은 기득권의 밥그릇 지켜주는 일에 밀려나고 있고, 세금을 퍼붓는 공공부문 ‘단기 알바’ 짜내기에 황금 같은 시간과 국고를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조차 고속 성장하며 새 일자리를 쏟아내는 승차공유 등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도 한국에선 정부·여당의 이익집단 눈치 보기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김 부의장은 툭하면 재정 투입에 의존하려는 정부·여당에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고 질타하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반성하는 이가 없다.김 부의장은 “정치는 짧게 보려는 구조적 성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는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게 자문을 제공하라고 임명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얼마나 언로(言路)가 막혔으면 ‘장외 호소’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당·정·청은 그가 왜 쓴소리를 계속 내놓고 있는지, 이제라도 마음과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파국을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정부가 임시방편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김 부의장은 26일 페이스북에 한 언론사 사설을 인용하며 “경제 위기 조짐이 어른거리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 샘을 깊이 파지 않고, 바람막이나 설치하고 양수기나 동원하려 하는데, 이는 임시 방편일 뿐이고 오래 버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4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 원격의료, 공유경제 등 핵심 규제에 대한 완화 방안이 빠진 채 단기 대책에만 치중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뮐세’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고’라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을 인용하며 “요즈음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도 했다.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내년엔 더 강한 외풍과 더 지독한 가뭄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려고 이러고 있나”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는 짧게 보려는 구조적 성향이 있다”며 “그러나 경제는 길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익집단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있더라도 규제 혁신 등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김 부의장은 서강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철학)의 주요 뼈대를 짰다. 5월 정부 출범 뒤엔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선임됐다. 정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신의 페이스북과 외부 칼럼 등을 통해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받았다. 지난 8월에는 정부가 고용 참사의 대응책으로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핵심 정책은 일자리 유지라는 전제가 성립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온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부의장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전날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논의했으며 청와대도 이 같은 방향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김 부의장은 “전통 제조업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정부의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우리나라 일자리의 39%가 전통 제조업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관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산업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 네 가지 산업을 꼽았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온 이 같은 산업을 친환경·인공지능(AI)·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2025년을 목표로 ‘중국제조 2025’ 비전을 발표한 중국과 맞서기 어렵다는 진단이다.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전통산업을 키운다고 하면 재벌 밀어주기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 투명성 제고, 공정거래 등이 확보된다면 재벌 육성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 육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벤처기업 활성화에 방점을 둔 혁신성장으로는 일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제조업을 부활시키자는 데 참석자들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그는 또 “회의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얼마큼 팽배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연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