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하면 젊은 층들은 막걸리만 떠올려 안타깝습니다. 약주, 증류주, 한국 와인 등 종류가 많고 다양한데 말이죠. 단순한 술이 아니라 귀중한 우리 문화인 전통주를 잘 보존하고 알리겠습니다.”

서울 역삼동 전통주갤러리에서 만난 남선희 관장(사진)은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전통주만 해도 100종이 넘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통주는 귀중한 우리 문화…잘 보존하고 널리 알릴 것"
남 관장은 이현주 초대 관장에 이어 지난달 전통주갤러리 2대 관장에 취임했다. 전통주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2015년 문을 연 전통주 전시관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2016년 강남역 인근에 개관한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Eeum)’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하루 다섯 번 무료 시음행사를 열어 대중에게 전통주를 알린다. 매달 주제를 정해 전통주 5종가량을 내놓는다. 유료 시음 행사와 수시로 열리는 특별 시음도 있다. “최근에는 먹거리 이력이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식당을 가도, 마트에서 장을 봐도 다들 국내산을 선호하죠. 시음 행사에서 소개하는 술 대부분은 100% 우리 재료로 빚은 것입니다.”

남 관장은 시음주를 깐깐하게 선정한다.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식품명인의 전통주 등에서 고른다. 그는 “우리 재료로만 만든 전통주를 고르고 싶다면 골드라벨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금색 직사각형에 ‘품질인증 술’이라고 적혀있는 마크다.

남 관장이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집에서 직접 빚은 술을 드시고 싶다고 했어요. 할머니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봤는데 거무튀튀한 색이 나는 거예요. 왜 이런지 알고 싶었죠.” 컴퓨터공학도였던 그가 전통주 교육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였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을 찾아가 전통주를 배웠다. 2003년 종로구 북촌문화센터에서 술 강의를 시작했고 2008년 북촌전통주문화연구원을 설립했다.

남 관장은 지금도 집에서 술을 빚는다. 최근 빚은 술은 약선주다. 각종 몸에 좋은 약재들을 고두밥, 누룩 물과 함께 넣어 빚는다. 우리나라는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전통주 말살을 가져온 주세법과 해방 이후 양곡관리법 등으로 가양주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남 관장은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가양주들이 많이 자취를 감춰 아쉽지만 그래도 최근 집에서 빚던 술들이 대중화에 성공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전통주 교육기관도 잇달아 생기면서 우리 술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홍윤정/사진=강은구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