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주요 공기업·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1인당 연봉이 300만~1100만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기계정비·식음료 서비스 등에 근무하는 기간제·인턴직원들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연간 복리후생비 혜택도 100만~400만원가량 더 받게 됐다. 주로 한전KPS, 강원랜드 등 기존 재직자의 친인척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올해 비정규직 입사 급증한 한전KPS

29일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 중 기존 재직자와 친인척인 경우’는 22명이었다. 한전KPS는 재직자의 자녀 1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모두 2014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됐고 주로 기계·계측정비·용접·공기구 관리원 등의 직무를 맡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1~3급 고위 관리직이거나 4급 정규직원이었다. 지난 4월1일 일제히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1인당 연봉은 기간제일 당시 280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300만원 늘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직원 1인당 받는 연간 복리후생비는 200만원 수준이었다. 비정규직이 받는 복리후생비보다 96만원 더 많아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400여만원의 연봉 인상 혜택을 누린 것이다.

공기업 직원 친인척 비정규직 채용 이후…정규직 전환뒤 연봉 400만~1500만원 '껑충'
한전KPS는 올해 비정규직 숫자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 965명이었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1467명으로 늘었다. 반면 정규직 직원 수는 같은 기간 6284명에서 6220명으로 소폭 감소해 큰 차이가 없었다. 연평균 비정규직 수가 10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 채용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바람을 노리고 대거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규직되자 연봉 1100만원 뛴 강원랜드

재직자의 형제·자녀 등 4명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된 것으로 밝혀진 강원랜드의 경우 연봉 인상폭이 더 컸다. 식음료 서비스·카지노 딜러로 근무하는 직원들로 지난해 1월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9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인턴 당시 2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들은 현재 32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인턴 직원에게는 없는 복리후생비 혜택도 연간 400여만원 추가로 받으면서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연봉 인상 효과는 1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재직자 친인척 관계인 2명의 사내식당 보조원이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2016년 5월과 11월에 각각 채용된 두 사람은 올해 3월과 7월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2400만원이던 연봉이 3200만원으로 800만원 뛰었다. 이와는 별도로 재직자의 배우자·5촌 친척 등 2명이 공채를 통해 3100만원 연봉의 사무보조 무기계약직으로 신규 채용됐다.

한국전력 산하 한전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한일병원에서는 2급 부장의 자녀가 2015년 8월 임상병리 분야에서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지난 8월1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2400만원의 연봉이 3100만원 선으로 올랐다.

반면 연봉 변화 없이 외주 용역직원을 직고용으로 소속만 바꾼 경우도 있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청소·설계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파견직 2명을 올해 1월과 7월에 각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직접고용으로 돌렸다. 이들의 연봉은 2600만원 선으로 소속 변경 후에도 연봉 인상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1급 관리자급 재직자와 6급 정규직원을 5촌·배우자로 두고 있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