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청을 방문해 베르케옌코 비탈리이 시장과 두 도시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청을 방문해 베르케옌코 비탈리이 시장과 두 도시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북방경제 교류 및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시는 다음달 7~9일 포항에서 한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소속 9개 주정부가 참여하는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을 연다고 25일 발표했다.

‘함께하는 한·러, 함께 여는 미래’란 주제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 지방이 경제, 과학,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포항 포럼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정했다.

북방경협 속도 내는 포항시
시는 포럼에 참가하는 러시아 연해주 지방주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포항 영일만항, 포스코, 포스텍 등 포항 지역의 우수한 산업·연구개발 인프라를 홍보하며 극동지역 진출을 위한 전방위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 연해주 9개 주정부는 하바로프스크주, 아무르주, 사할린주, 캄차카주, 사하공화국, 마가단주, 추코트자치주, 유대인 자치주 등이 있다. 9개 주 인구는 646만 명으로 러시아 전체 1억4200만 명 가운데 4.6%를 차지한다.

총면적은 615만㎢로 러시아 전체 면적의 36%(한반도 28배)에 이른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이처럼 극동 러시아에 주목하는 것은 북방경제시장 선점을 통해 침체된 포항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이 시장은 2014년 초선 취임 때부터 북방 교류 협력에 힘을 쏟았다. 포항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 등을 오가며 정치 경제 분야의 신뢰를 쌓았다. 최근까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거리는 8만㎞가 넘는다고 한다. 지구 둘레 두 바퀴를 다닌 셈이다. 포항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제치고 포럼 유치에 성공한 배경에 이 시장과 포항시 공무원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 이 시장은 6월 재선에 성공하면서 북방 교류 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러시아, 일본을 오가는 크루즈(관광유람선) 항로 개설을 전담하는 부서(TF)를 운영하면서 이를 공항, 철도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향후 포항공항과 블라디보스토크공항, 중국 등을 항공과 철도로 연결하고 이를 크루즈와 연계하는 ‘동북아권 셔틀 크루즈’ 항로 개설을 통해 극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 정기 페리 항로의 개설을 시작으로 북한 고성항을 연결한 ‘통일페리’ 추진과 포항국제물류센터 및 냉동·냉장창고를 기반으로 러시아 농수산물의 신선 유통을 비롯해 이와 연계해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연계한 3자 무역의 가능성도 제안해 주목받았다.

지방 정부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관광 사업도 제시했다. 포항에 동해안 국제관광벨트 조성을 목표로 ‘환동해권 문화관광협력사무국’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축적한 미래 기술과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철강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포항을 널리 알리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앞으로 남북한을 잇는 동해선 철도가 개통되면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연결하는 물류 요충지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기업들이 구체적 협력 사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항 도심은 벌써부터 성공적인 포럼 개최를 기대하며 들썩이는 분위기다. 포항시는 최근 지방협력 포럼 종합상황실을 가동했다. 부서별 공무원 20여 명이 상주하면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분야별로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