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수술실 수시로 드나든 영업사원들 "대리수술 가능성 높아"
수술보조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수술실에 외부인이 드나든 횟수가 49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부분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었다.

24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16일까지 수술, 수술참여 등의 목적으로 외부직원이 수술실에 49차례 들어갔다. 상당수가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등으로 이들은 수술실 외부직원 입실보고서에 방문 목적으로 '기구를 공급하고 수술을 보조하기 위함'이라고 적었다. 의료기기 사원의 수술 보조가 빈번하게 이뤄진 셈이다.

의료원은 지난 2월부터 수술실 방문을 원하는 사람은 최소한 하루 전에 외부인 입실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결정했다. 당일 진행하는 수술 때문에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수술실 입구에서 수기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입실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기업체 A사 소속 B부장은 지난 2월7일 정형외과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 기구를 공급하고 수술을 보조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다. A사 업체 직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16일까지 654일동안 220차례나 수술실을 드나들었다. 신경외과 의료진의 초청을 받은 B업체 관계자도 3월28일 수술장비(내비게이션)를 점검하고 보조하기 위해 수술실에 출입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은 773회 수술실에 출입했다. 참관목적으로 수술실에 들어간 사례가 576건으로 가장 많았다. A/S가 76건, OP(operation, 수술)가 24건, 수술참여가 18건, 납품이 16건, 업무가 12건, 수술 7건 순이었다. 수술실 방문이 잦았던 업체의 주요 취급 품목은 카테터, 스텐트 등 인체 이식 치료재료다.

정 의원은 "사전에 입실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난 2월부터 10월16일까지 입실보고서 385건 중 사전에 제출한 것은 18.4%인 71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수술실 출입 관리에 한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작성된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조차 허술하게 관리됐다. 일부는 날짜가 역순으로 기록됐다. 방문 목적이 비어있는 것도 있었다. 담당자 사인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환자가 잠든 사이에 사전 동의없이 외부인이 들어와서 나의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기기 작동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런 사건이 불거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수술실 외부인 참관 시 환자 및 보호자 동의, 환자 동의를 전제로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료진 외 출입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출입관리대장 관리방안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