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대법관, 서울고법 재판장 때 행정처 문건대로 판결
임종헌, 상고법원 대표 발의한 홍일표 부탁 받고 '재판 컨설팅'
양승태 사법부, 통진당 국회의원 소송에도 개입
양승태 사법부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도 개입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여기에는 현직 대법관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법원에 청구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에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등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간부를 서울고법 2심 재판부에 보내 "통진당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재판장은 지난 8월 취임한 이동원 대법관이다.

검찰은 이런 문건 전달이 법원행정처의 항소심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2015년 11월 이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의원직 상실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해석·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소송을 각하하자 이를 뒤집으려고 문건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양승태 사법부, 통진당 국회의원 소송에도 개입
실제로 항소심 판결에는 법원행정처 문건과 동일한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2심 재판부는 이듬해 4월 각하 처분을 파기하고 국회의원들 패소로 판결하며 "행정소송법상 당사자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는지 확인하는 소송의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판시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관련 소송에 개입한 정황은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드러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이 낸 소송의 재판부에도 "의원 지위확인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법원 자체조사에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최고법원 위상을 놓고 헌재와 경쟁관계에 있던 대법원이 의원들 지위확인 소송을 힘겨루기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전국 각지에서 제기된 통진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들에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2월 작성된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내부용·대외비)' 문건에는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정리돼 있다.

법원행정처는 자치단체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홍일표 의원이 연루된 민·형사 소송의 대응전략을 대신 세워주도록 법원행정처 판사 등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양승태 사법부, 통진당 국회의원 소송에도 개입
검찰은 2013년 홍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내용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확보해 경위를 확인해왔다.

홍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판사가 '의원실 직원들이 주고받은 돈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는 등 방어전략과 재판전망을 정리한 문건도 나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5년 이후 홍 의원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고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양형위 소속 판사에게 소송전략을 짜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인 홍 의원은 2014년 1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지난 7월 이같은 의혹이 일자 "법원행정처가 검토했다는 문건의 경위와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230여쪽 분량의 구속영장에는 이들 혐의를 비롯해 30개 안팎의 범죄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