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큰불이 난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휘발유 탱크가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8일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인화성 기체를 방출하는 시설인 유증환기구 10개 중 단 1개에만 화염방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화염방지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액체 기체 등을 방출하는 장치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장비다. 이뿐만 아니라 인화방지망도 곳곳이 뜯어지는 등 부실하게 관리됐다. 2014년 소방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문제들이었다. 인화방지망과 화염방지기 납품업체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탱크 주변 안전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탱크 주변 잔디를 깎은 뒤 그대로 남겨 둔 풀이 말라서 건초가 됐고,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건초에 내려앉으며 불을 키운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 분석 중이다.

사고가 난 당일 안전관리 인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지목됐다. 폐쇄회로TV(CCTV)를 보는 통제실 내 근무 인원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 직원마저도 다른 업무 중이어서 실시간 감시 인원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